금색의 코르다, 츠키모리 렌 × 히노 카호코.
2010.04.24 작성.
사실 일본 모 아이돌 팬픽으로 썼던 내용을 이름만 바꾼 연성(..) 거기다 이런 내용의 연성을 츠키모리의 생일날 올렸었다.
Dirty Old Men이라는 일본 가수의 동명의 노래를 바탕으로 썼었다.
깊은 잠에서 문득 깨어났을 때 습관처럼 옆을 손으로 더듬어 본다. 이건 정말 마치 습관과 같은 행동이라서 이미 더듬어 본 후에야 그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침을 삼킨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서 옆을 돌아보면 비어있는 자리에 놓여있는 것은 그녀에게 팔베개를 자주 해주던 나의 오른쪽 팔. 너무나 허전해 보이는 나의 팔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아직 일어나기에는 이른 아침이어서 누워있는 채로 계속해서 옆쪽을 쳐다보며 이미 사라져버린 온기를 조금이라도 기억해내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제 더 이상 이 침대에 그녀의 온기가 없다는 걸 정말로 잘 알고 있다. 당장이라도 그 특유의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내 품안으로 뛰어 들어 올 것만 같은데 대체 너는 어디 있는 거야….
櫻川 (벚꽃 강)
W. 소담(@kimiga_iru)
눈을 뜬 채로 옆자리의 주인을 그리워하다가보니 어느새 아침. 그녀가 좋아하던 베이지 색의 커튼 사이로 아침의 햇살이 들어와서 나의 발끝을 비춰준다. 아침이면 나의 발에 자신의 발로 꼭 장난을 걸던 귀여웠던 그녀.
다시 한 번 베개 언저리를 만진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서 아침의 하늘을 바라보며 늘 하는 생각을 또 다시 해 본다.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었을까-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더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부족해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매일 아침마다 생각하며 눈물을 삼킨다.
“벌써…꽃이 지고 있어. 네가 있는 그 쪽에서 보는 세계는 무슨 색이야?”
일요일이니까 오랜만에 가볼까-라고 생각하며 매주 일요일마다 찾아가는 나와 그녀의 특등석을 찾아간다. 마치 엄청 오랜만에 찾아가는 것처럼 열심히 준비를 하고선 애완견 카호와 함께.
강 근처에 있던 야트막한 언덕 위는 그녀가 나에게 알려주었던 특등석으로,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이곳에 대한 것은 자기와 나와 뱃속의 아기, 세 사람의 비밀이다. 봄이 되면 강의 한쪽이 벚꽃으로 빈틈없이 깔린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여기서 보는 세계는 밑에서 보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인다고 그녀가 말해주던 것이 추웠던 겨울의 어느 날. 너무나 행복했던 그 때를 생각하며 카호를 쓰다듬는다. 얌전한 카호는 떨리는 주인의 손을 느꼈는지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 모습이 괜시리 애처로워 보여서 가만히 카호를 안아주었다.
아직은 여전히 춥던 겨울의 어느 날 우리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새로운 한 해를 기념하여 집안의 인테리어를 바꾸기도 하고, 창고처럼 이런 저런 물건을 쌓아두던 방을 깨끗이 정리해서 알록달록한 벽지를 새로 바르기도 했고, 휑한 방을 채우자는 명목으로 아기의 침대를 미리 사서 꾸며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꿈과 행복한 미래는 정말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려서, 마치 소중하게 쥐고 있던 모래가루가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양손에서 빠져나가는 듯 했다. 나와 그녀의 아이가 죽었다. 4개월 정도를 우리와 함께 했던 아이가 유산되었을 때 그녀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말없이 계속해서 눈물만 쏟아냈다.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깊이 잠들지도 못한 채 병원의 침대에 누워서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미안해’라고 중얼거렸다. 추위가 매서웠던 어느 날 그녀는 그렇게 미소를 잃었다. 나 또한 아이를 잃은 충격이 상당했고 너무나 슬펐지만 나까지 무너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돌봤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아이에 대한 마음을 비울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의 곁에 없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덜 수 있기를 바라며.
하지만 그녀는 아이에 대한 미련과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유산으로 인한 몸의 쇠약함이 나아져 병원을 퇴원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유산을 했던 날의 몸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무엇이라도 다 해주고 싶은 나였지만 정작 내가 정말로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그 손을 잡아주고 품에 안고 다독여 줄뿐.
“렌…누군가가 우리 아가를 데려갔어… 렌 어서 찾아줘! 렌이라면 찾아줄 수 있는 거지, 그치?”
그렇게 그녀는 서서히 미쳐갔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은 빠르게 빛을 잃으며 무너져갔다.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제 나까지 너무 지쳐버렸어도 그녀를 놓지 못했다. 놓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너무나 병들어 버린 그녀를 나까지 놓아버린다면 여리디 여린 그녀가 앞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를 잃은 가여운 엄마를 사람들은 그냥 ‘미쳤다’라는 세 단어로 간단하게 표현해버릴테니까. 그러니까 나라도 그녀의 옆을 지켜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꽃봉오리가 싹터갈 무렵 그녀는 나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었다. 눈물자국이 없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적잖게 놀라며 기쁜 마음으로 외출을 할 준비를 했었다. 비록 그 눈부시던 미소를 잃었지만, 그녀가 예전의 그녀로 돌아온 것만 같아서 기뻤었다. 그녀에게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이던 간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었다. 그녀가 가자고 한 곳은 우리 두 사람과 이제는 곁에 없는 아기만의 비밀의 장소였다.
“3명이서 보고 싶었는데…”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마 말을 끝맺지 못하던 그녀. 그녀가 또 다시 울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옆을 바라보니 그녀는 울고 있지 않았다. 침착하게 강 한쪽에 꽃봉오리를 싹틔우기 시작한 나무들 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 하지만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슬픈 눈을 하고 있어서 그녀를 꼭 껴안아주었다.
“난 너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무너진 그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정말 없는 걸까 하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나의 목소리는 너무나 갈라져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울고 있던 탓이었다. 너무나 나약했던 그녀는 나의 품에서 살며시 빠져나와, 아름다운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달콤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렌.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뿐…. 나는 그것만으로 괜찮아.”
이제 조금씩 그녀가 다시 기운을 차려줄 것만 같아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와 잡고 있던 양손 중에서 한 손을 풀어 내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들을 닦아주며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나만 더. 나를 잊지 말아줘. 약속이야…. 약속이야 렌.”
그런 거 싫어-라고 생각했다. 그런 건 약속이 아니라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함께이니까 잊지 말아달라는 말 따위는 하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이 풍경은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되면 3명이서 다시 보러 오자. 약속이야.”
그래, 이것이 우리의 약속이야. 이것만이 약속이야- 라고 계속 계속 생각하며 말했지만, 결국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내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그녀가 말하는 약속은 약속이 아니라고 했던 것을 입 밖으로 냈었다면 그녀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까. 이 풍경을 다시 갖게 된 아이와 셋이서 보러 올 수 있었을까. 아니, 나와 그녀 둘이서라도 올 수 있었을까….
며칠 뒤 꽃봉오리들이 완전히 싹텄을 무렵,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영원히 내 앞에서 웃지 않게 되었다. 그녀에게 아이의 죽음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갈 정도로 너무나 큰 사건이었다. 아이는 그녀의 전부였던 모양이다. 그녀에게 원망이 들었다. 나는? 아이는 전부이면서 나는 어째서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는 것이냐고 따지고 싶었다. 아이는 다시 만들면 되는 건데 그녀는 어째서 나마저 버려버린 걸까.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걸까-하고 이미 세상에 없는 나의 아이를 상대로 조금 질투를 했다. 떠나버린 그녀 때문에 나는 이제 정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었다. 그래서 그냥 내 숨도 멈추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빌고 또 빌었다. 이런 것은 사는 게 아니라고, 모든 걸 다 잃어버렸으니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며 무엇을 하던 빌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던 때, 멍하니 길을 걸으며 역시나 나도 그녀의 곁으로 가고 싶다고 빌고 있었던 나의 귀에 들려온 소리는 ‘왕왕’하는 강아지의 작은 울음소리. 왜인지 그 소리에 이끌려 펫샵 앞에 멈춰 서서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나를 들여다보며 울고 있었다. 그 가녀린 울음소리가 마치 ‘내 몫까지 살아줘’라고 그녀가 말하는 소리처럼 들려서 가게 앞에서 정신을 잃을 만큼 울었다. 울고 울고 울어서 지쳐버린 나는 집에 올 때 그 강아지를 안아들고 왔다. 그녀가 나중에 꼭 키우고 싶다고 했던 종의 그 강아지는, 아까 펫샵에서 나에게 들려주었던 울음소리를 내는 대신에 가만히 나의 품안에 안겨 잠을 자고 있었다. 마치 예전의 그녀처럼.
이제는 벚꽃의 꽃봉오리는 아름다운 벚꽃이 되었다가 지기 시작했다. 벚꽃이 지기 전에 어서-라고 생각하며 카호와 함께 온 것이다. 그녀와 나의 특등석이자 그녀와 약속을 했던 이곳으로. 왜냐하면 카호는 그녀이자 그녀와 나의 아이니까.
“저기 들리는 거야, 카호? 이 아이에게 너의 이름을 붙여줬어. 카호라고-. 이 아이는 너니까. 세상 빛도 보지 못하고 가야했던 우리 아이니까. 너는 우리의 아이에게 이런 색을 보여주고 싶었구나.”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강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품에 안겨 있는 카호는 길게 목을 뻗어 나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준다.
“이게 네가 보여주고 싶었던 그 색과 세계…인거지?”
나는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나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떠나버렸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나중에 다시 아이를 갖게 되면 오자고 했었는데, 성격이 급한 그녀는 그렇게 서둘러 떠나버렸다.
카호. 부디 하늘 위에서도 행복해. 행복해줘, 꼭 그래야 해.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다시 한 번 그녀가 좋아하던 나의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나도 점점 미쳐갔다.
깊은 꿈에서 깨어 옆을 보아도 역시 그대는 없어
그건 마치 이야기의 프롤로그 같은 아침이어서 나는 또 하늘을 봤어
그대에게 뭘 해줄 수 있었을까,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어, 작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벚꽃봉오리는 이제 꽃이 되고 지기 시작해
하늘에서 보는 세계는 무슨 색으로 보이나요?
이 장소는 나의 특등석이야
오늘부터 당신과 뱃속 아이의 3명의 비밀이야
이 강 한쪽에 말야 벚꽃이 빈틈없이 깔려서
여기서 보는 세계는 전혀 다른 색으로 보여
3명이서 보고 싶었는데
라고 말하는 너의 옆모습은 지금이라도 울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그대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어
그대는 내 손을 잡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뿐 그것만으로 괜찮아
하나만 더 나를 잊지 말아줘 약속이야
약속이야
그런 거 싫어 약속이 아니야 지금부터도 계속 함께 라고
왜냐면 이 풍경을 3명이서 봐야 하는 걸
그게 약속 그것만이 약속이야
두 사람의 생각이 한 발짝 한 발짝 옮겨 가네
약속이야
약속이야
벚꽃봉오리가 싹텄을 무렵 그대는 이제 내 앞에서 웃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내 숨을 멈춰달라고 소원에 매달렸어
그 때 나타난 목소리를 높였던 작은 생명
그대가 “내 몫까지 살아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흘러넘치는 생각이 목소리가 되어 외치네
벚꽃 강에 떠오른 한 장 한 장에 바라
부디 하늘 위에서도 행복하기를
저기, 들리고 있나요? 이 아이에게 그대의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그대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이 색깔이었던 거죠?
벚꽃이 지는 계절에
<Dirty old men - 櫻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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