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트위터를 시작한 후 작성한 글이었다. 진짜 남의 연성처럼 생경하다. 정말 기억에 없는 글이다. 글 줄을 바꾸며 보니 제목의 'Liebesfreud'는 수선화인가 보다. 오토메 전력 60분의 주제였던 '하나하키 병'을 주제로 썼던 글이라고 한다. 과거의 나가.... 글이 매우 짧으며 이상하다.
그보다 카나히노(?) 글을 4개나 썼었구나.
Liebesfreud
W. 소담(@kimiga_iru)
카나자와 히로토는 어렸을 때부터
자존심이 강했었다. 그것은 아마 그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 때문이었으리라. 카나자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노래를 한 번 들은 사람들은 쉽게 잊지를 못할 정도였다. 사람들에게 찬사를 많이 받는만큼 카나자와 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했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자기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던 그에게도 유학생활 중에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었다. 그는
그의 목소리만큼...아니 그 당시에는 그녀와 그녀의 목소리를 더 사랑했다. 성악가로서의 더 긴 커리어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외국에서 막 날개짓하는 그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고 카나자와는 자신보다 몇 살이나 많은 그녀에게 의지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가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를 선택했을 때 카나자와가 받은 충격과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의 목소리를 잃을만큼.
"선생님!"
이제는 추억이라고 부를 정도가 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던 카나자와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또 뛰어온 것인지 헝클어진 머리를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넌 또 뭘 그리 뛰어왔냐. 여자애가 칠칠치 못하게 머리는 산발을 하고..."
"후...그야 선생님이 또 도망갈까봐 그런 거잖아요!"
카나자와는 한숨을 쉬며 들고 있던 머그잔을 책상에 올려두었다. 그러자 카호코가 그가 서 있는 책상 쪽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냐?"
"어~ 선생님이란 사람이 칠칠치 못하게~ 나보고 뭐라고 하더니 이게 뭐에요! 어른이!"
카호코의
말에 카나자와는 자신의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늘상 입고 있는 하얀 가운의 소매가 커피로 물들어있었다. 조금 전에 카호코가
문을 벌컥 여는 통에 놀라서 머그잔의 커피를 조금 쏟은 모양이었다. 민망함에 카나자와는 괜히 손가락으로 젖어있는 소매를
문질렀다.
"아, 뭐하는 거에요! 더 번지게!"
카호코가
카나자와의 손목 쪽을 붙잡으며 그의 행동을 막았다. 옷 위에 잡힌 손목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카나자와는 놀람과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감추고 슬그머니 카호코의 손을 풀렀다. 미친듯이 뛰는 심장소리가 그녀에게 전해지면 곤란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호코는 가운에 얼룩지니 지금 당장 씻어야 한다고 성화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왜 왔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지난 번에 가져갔던 곡의 악보를 연습했다며 연주를 들어줬으면 해서 왔다고 했다.
"빨리 앉아봐요, 선생님. 자, 시작하겠습니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울렁. 어려서부터 음악을 해 온 카나자와로서는 모를 리 없는 유명한 곡으로,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카호코의 입으로 그
음악의 이름을 들으니 이상하리만치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랑의 기쁨'. 카나자와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그 때
이후로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기쁨이 아니라 절망이고 두려움뿐이었다.
"어때요, 선생님? 사랑의 기쁨이 느껴지는 연주였어요??"
카호코는
카나자와의 감상과 평가가 궁금한지 바이올린과 활을 양 쪽 손에 하나씩 쥐고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지금 그녀의 연주를. 밝고 경쾌한 연주였다. 그럼에도 이 울컥한 감정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 뱃속이 아려오며 목구멍이
따끔거리는 것은 어찌 표현해야 할까.
"좋...좋았다. 딱 너란 느낌이네. 나 잠, 잠시만 화장실 좀!"
카나자와는 속사포처럼 카호코의 연주에 대한 평을 쏟아낸 후에 음악준비실을 뛰쳐나와 화장실을 향해 달렸다. 화장실에 도착한 그는
칸에 들어가서 힘겨운듯 토악질을 했다. 타들어가는 목을 추스리고 나니 바닥에는 가운데가 주황색에 하얀 꽃잎이 달려있는 꽃이 떨어져
있었다. 카나자와는 허탈하게 웃었다. 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그였지만 그 꽃만큼은 잘 알고 있는 꽃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생일인 3월 1일의 탄생화인 수선화였기 때문이다.
"자기애의 꽃이라..."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어려서부터 자기에 대한 사랑이 강했던 그는 한 여인을 사랑하였지만 결국 아물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었다. 그랬었기 때문에 그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더 자신만을 사랑해왔다. 카나자와는 생각했다. 자신이 괴로워하며 토해낸 것이 자기애를 뜻하는 수선화라는 것은, 어쩌면 이제는 그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