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키드의 예고장







W. 소담(@kimiga_iru)











“하아~”

“왜 그래? 요즘 뭔가 고민 있는 것 같네, 카이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신문을 들춰보고 있던 카이토가 나지막한 한숨을 쉬자 옆 분단의 같은 줄에 앉아있던 아오코가 카이토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아 별 거 아냐~ 괴도 키드의 인기도 요즘 하락세인 건가 싶어서 말야.”

“그런 도둑 녀석의 인기가 너랑 무슨 상관이야. 애초에 그 녀석에 그렇게 열광하는 사람들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특히나 그 스즈키 지로키치 씨의 조카인가 하던 여자애.”


  따분하다는 눈으로 신문에 찍혀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던 카이토는 스즈키 지로키치의 조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화들짝 놀라며 아오코 쪽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놀라?”

“어? 아 아냐.”

“아무튼 그 여자애 말야. 이름이 뭐였더라… 스즈키 소…소우카 였던가….”

“소노코.”

“아, 맞다! 스즈키 소노코! 어라? 너 잘 알고 있네?”

“아아 뭐 그냥. 워낙에 튀는 언니니까 말야.”


  아오코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자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인 후에 카이토는 다시 시선을 신문으로 돌렸다. ‘괴도 키드’ 라는 이름으로 도둑질을 하면서, 도둑임에도 사람들로부터 꽤나 많은 인기를 얻어왔던 카이토였다. 누군가 한 사람을 목표로 해서 도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보고서 그것을 훔치는 편이었지만, 워낙에 승부욕이 강한 모양인 스즈키 지로키치는 언젠가는 키드를 꼭 잡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본인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는 귀한 물건을 사들이고서는 키드에게 도전장을 보내곤 했다. 지로키치 영감이 키드를 불러들이는 곳에는 거의 항상 있는 녀석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지로키치 영감의 조카인 스즈키 소노코와 그녀의 친한 친구인 모리 란, 그리고 괴도 키드 일을 할 때마다 사사건건 방해하는 꼬맹이 에도가와 코난.


“카이토! 오늘 학교 끝나고 서점 안 갈래?”

“아아 난 패스.”

“뭐야. 왜?”

“나 일이 있어서.”

“네가 무슨 바쁜 일이 있다고 그러는 거야, 대체!”


  함께 놀러가자는 제안을 카이토가 거절하자 아오코는 뾰로통해져서는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혼자 남은 카이토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신문을 쥐고 있는 두 손을 꽉 쥐었다.




  기다리던 마지막 교시가 끝나고 담임의 종례마저 끝나자 카이토는 미리 챙겨두었던 가방을 들고서 에코다 고등학교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갈 곳을 미리 정해두었고 또 그 곳에 가보기로 결심을 이미 했기 때문에 카이토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져 빠른 걸음으로 걸었던 탓인지, 테이탄 고등학교 근처에 도착했을 때 카이토는 땀범벅으로 숨까지 헐떡이고 있었다. 숨을 고르자고 생각하며 교문 쪽에서 멀뚱히 서 있기를 몇 분이 지나자 기다리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즈키 소노코와 모리 란.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보며 카이토는 어딘지 모르게 안심해버렸다. 어째서 자신이 안심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교고쿠 오빠한테 뭐 선물할 건지는 정한 거야?”

“으~ 아니~! 대체 뭘 줘야 오빠가 좋아할까?”

“글쎄. 저번에 스웨터 떠주는 건 실패했으니까…”


  괴도 키드로서 일할 때 훔칠 물건의 주인에게 항상 예고장을 미리 보내기 때문에 늘 이슈가 되곤 했다. 그러면 그 물건의 주인은 그것을 언론과 경찰에 알리곤 해서 많은 사람들이 키드가 나타나는 장면을 보기 위해 몰려들곤 했다. 저기 들떠서 얼굴을 붉히며 재잘대는 스즈키 소노코도 전에는 그런 괴도 키드의 팬 중 하나였다. 어느 때인가부터 ‘키드 님~’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어디라도 아픈 건 아닐까 싶어서 이렇게 찾아와 본 것이었는데 그저 남자친구가 생겼을 뿐이라니. 카이토는 어쩐지 자기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아아 거기 언니들~ 잠깐만.”


  카이토는 결단코 스즈키 소노코를 불러 세울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입이 그의 머리보다는 조금 더 빨랐다. 갑자기 자기들을 불러 세우는 목소리에 얼굴에 한껏 궁금증을 담은 스즈키 소노코와 모리 란이 카이토를 향해 돌아보았다.


“이쪽 언니한테 뭔가 묻어 있어서 말야.”


  카이토는 스즈키 소노코의 쪽으로 다가가서는 한 쪽 손을 들어서 그녀의 귓가로 가져갔다. 그녀의 귀를 살짝 만지고서 다시 그녀의 눈앞으로 손을 이동했을 때, 카이토의 손에는 예쁜 장미꽃이 한 송이 들려 있었다.


“예쁜 장미꽃을 숨기고 있었네~.”

“우와!”


  전부터 봐올 때부터 백치미가 좀 있다 했지만, 정말로 백치미가 철철 넘치는 것인지 스즈키 소노코는 간단한 마술을 보고도 대단하다며 눈을 빛내며 카이토를 쳐다봤다.


“대단해! 고등학생 같은데 정말 멋져요! 마치-”

“마치?”

“마치 키드 님 같아!”


두근.

 해맑게 웃으며 키드 본인을 보면서 ‘키드 님 같아!’라고 말하는 천진한 모습이 보기 좋아서 가슴 한 켠이 두근거렸다.


“괴도 키드를 좋아하는 거야?”

“그럼! 당연하잖아!”

“그치만 괴도 키드, 그 녀석은 도둑이잖아?”

“도둑이어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진 않잖아! 가끔은 훔친 보물을 다시 돌려주기도 하고. 멋있고 낭만적이고 말야.”


  자기 자신의 양손을 서로 맞잡고서 눈을 빛내며 키드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며 카이토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남자친구가 생겨버린 듯한 스즈키 소노코가 아직도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동경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며.


“그렇구나. 그럼 앞으로도 계속 괴도 키드를 좋아해줘.”

“그렇게 안 말해줘도 어차피 그럴 거야.”

“흐음~ 그렇구나. 아, 내가 고급 정보 알려줄까?”

“뭐?”


  무엇에 관한 고급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스즈키 소노코는 카이토가 목소리를 낮추자 그에게 조금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괴도 키드 녀석 말야. 다음 주 일요일에 생일이래.”

“응?”

“그럼 난 간다~. 다음에 봐.”


  카이토는 혼자서 킥킥 대면서 스즈키 소노코와 모리 란을 지나쳐 걸어갔다. 손을 들어 올려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어-어? 잠깐! 거기 너 나랑 아는 사이니?”

“어엇 잠깐만 소노코. 네 옷 뒤쪽에 뭔가 꽂혀있어!”


  카이토의 뒷모습을 보며 그를 불러 세우려고 하는 소노코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란은 자신의 친구의 옷에 무언가 종이가 꽂혀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것을 떼어서 친구에게 줬다. 카이토를 부르던 소노코는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얼굴을 붉혔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것은 괴도 키드로부터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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