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유즈]





조연의 역할





W. 소담(@kimiga_iru)









 누군가 사람은 모두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개인들이 모인 상황에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순 없는 법이다. 필연적으로 누군가가 주인공이면 또다른 누군가는 조연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윳쨩."

"응?"


 어딘가 들떠보이는 얼굴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수업 때 쓸 자료를 미리 꺼내 정리하는 유즈키에게 묻자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하고 있던 행동에 자각이 없었던 건지 짧게 되물으며 이쪽을 돌아봤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단 눈이었다.


"콧노래 말이야, 콧노래~"

"콧노래? 내가 콧노래 불렀어? 미안. 시끄러웠지?"


 이제야 자신이 무의식 중이 한 행동을 깨달은 그녀는 무안한지 귀 옆의 뺨을 검지 손가락으로 긁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이었지만 어쩐지 유즈키에겐 잘 어울렸다.


"딱히 시끄럽다거나 한 건 아닌데. 윳쨩의 목소리, 예쁘니까."


 그렇게 얘기하자 예상대로 유즈키는 쑥스러운 듯 소리내 웃더니 다시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말을 의식한 듯 한 동안 조용하던 그녀는 얼마 못가서 다시 소리내어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얼마나 들떠있는지 모른 척 하고 싶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윳쨔앙~ 초콜릿은?"

"...! 어떻게 알았어? 초콜릿은 수업 끝나고 다 같이 저녁 먹을 때 줄게."


 초콜릿은 안 주냐고 보채는 말을 예상하지 못한 건지 유즈키는 날 신기한 걸 바라보는 눈으로 쳐다봤다. 모를리가. 이렇게나 네게서 초콜릿 향이 진동하는데.


 일반적으로 여주인공과 이루어지는 것은 남자 주인공의 특권이다. 그래서 여주인공의 선택을 받지 못한 남자 등장인물은 자연히 조연의 자리로 밀려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남자 주인공과 조연은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등장인물들이 모르고 있을 뿐.






 수업 후 넷이서 식사를 하러 온 곳은 발렌타인 데이의 달콤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중식당이었다. 각자 취향껏 음식을 시키고서 언제나처럼 떠드는데 주섬주섬 유즈키가 무언가를 꺼냈다. 이 자리의 모두가 예상하고 있은 그것, 초콜릿이었다. 유즈키는 유치원의 아이들에게 간식을 배분해주는 것처럼 우리에게 자신이 직접 만들었을 초콜릿을 나눠줬다.


"자 이건 타카미치 군 꺼, 이건 후타미 군 꺼... 그리고 이건 잇세이 군 꺼!"


 그녀는 알고 있을까, 마지막에 가서 한톤 높아진 자신의 목소리를?


"해피 발렌타인! 열심히 만들어 봤으니까 맛은 그냥 넘어가 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어서 먹으라고 재촉하듯 우리를 번갈아 봤다. 채근에 못 이긴 척 입 안에 집어넣은 초콜릿 한 알은 냄새만큼이나 달콤했다. 


"어때?"


  그렇게 물으며 유즈키는 어느 한 쪽을 바라봤다. 내색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몸은 솔직하게 그녀에게 가장 중요할 대답을 해줄 사람을 향해 틀어진다. 강한 인상의 그가 피식 웃으며 맛있다고 하면 비로소 그녀는 안심한듯 숨을 길게 내쉰다. 


 주인공에게는 주인공의 역할, 조연에게는 조연의 역할이 있는 법이다. 주인공들의 사이의 갈등을 극대화 시켜 결국에는 의도와 다르게 그들의 사이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조연과 그들의 곁에서 한결같이 그들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조연. 그리고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렇게 하면 주인공과의 우정도, 조연의 이루지 못하는 사랑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조연1은 남자 주인공의 초콜릿이 더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며 혹시 그게 진심이 담긴 초코 아니냐며 두 사람 사이를 바람 잡아주며 하나 남은 초콜릿을 마저 입에 털어넣었다. 달고 씁쓸한 맛이 났다. 








- 아이츄 전력 서른 다섯 번째 : [기념일] -

 

 

 

 





 

우리의 기념일

 

 

 




 

W. 소담(@kimiga_iru)

 

 

 

 

 

 

 중학교 3학년이던 나는 지역의 유명한 사립 중학교를 다니던 모범생이었다. 특별히 머리가 좋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특별한 목표나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공부에 열중했을 뿐이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하는, 도수 높은 두꺼운 안경을 쓴 존재감 0의 너드. 이게 당시의 나였다.

 

 우리의 첫만남은 그야말로 운명과도 같았다. 중간고사가 끝났던 어느 일요일의 어느 날, 나는 내 유일한 취미였던 라이브 하우스에 갔었다. 그리고 거기서 너를, 만났다. 그 날은 내가 좋아하는 밴드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너도 그 중 하나였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여자 아이돌이라고 소개된 너는 내 또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꽤나 많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도 너는 떠는 기색 없이 밝게 웃으며 자기를 소개했고 너의 노래를 했다. 귀여운 안무와 네 미소처럼 밝은 그 노래는 단숨에 내 마음을 훔쳤다. 두 곡은 정말이지 너무 금방 끝나버렸다. 무대를 마친 너는 오늘 와줘서 고마웠다며 객석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꾸벅 인사를 했었다. 그래, 그때 분명 너는 나와 눈을 맞추며 태양처럼 웃었지.

 

 운명과도 같았던 너와의 만남은 나의 모든 걸 바꿔놓았다. 나는 모은 돈을 털어서 네 CD들을 사기 시작했고 학교를 빠져가면서 네가 서는 모든 무대들을 보러 다녔다. 너 같이 예쁜 아이에게 어느 학교를 가도 몇 명 쯤 있을 것 같은 두꺼운 알의 안경을 쓴 나 따위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운동을 했다. 그래서 벌벌 떨면서도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는 연습을 했다. 단순히 네 앞의 관객석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아닌, 네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운동하며 나를 가꿨다. 그러는 사이에 웬일인지 여자아이들에게 많은 고백을 받게 됐지만 나에겐 이미 네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고백도 내 눈과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네가 다니는 행사들에 참여하고 네가 홍보하는 물건들을 하나 하나 모으며 너와의 추억을 쌓았다. 물론 그만큼 성적은 계속 떨어졌고, 부모님께 야단 맞는 날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그러던 네가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 언젠가부터 네 무대를 보러 오는 교복 입은 남자애들이 있었다. 그 애들은 네가 다니는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고, 무대를 마치고서 사복으로 갈아입은 너는 그 녀석들과 잘 아는 사이라도 되는 듯 얘기를 나누곤 하는 걸 몇 번이고 보게 됐다. 나는 평소에 너를 보기 위해선 학교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학교를 나와 네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에 가기 위해 전철과 버스를 타야만 했다. 그렇게 서둘렀음에도 너를 볼 수 없는 날도 꽤 많았다. 하지만 너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그 같은 학교의 세 녀석들과 나를 지나쳐가곤 했다.

 

 내 존재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안타깝게도 네가 아닌 파마머리 놈이었다.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는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고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는 다른 두 녀석들도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에 보호를 받는 공주님처럼 너만, 너만이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역시 태양 가까이에 다가가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잘생겨지는 것만으로는 네 곁에 설 자격이 충분치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너에 걸맞게, 나 역시 멋진 아이돌이 되자고 생각했다. 그러면 너와 자연스럽게 얘기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느 날 태양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태양의 주변을 맴돌던 녀석들도 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다른 귀여운 아이돌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네가 없는데 내가 굳이 계속 아이돌을 해야 하는 것인가 싶었다. 모든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 시간에 차라리 네 무대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에 정말로 그만두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만둔다는 내 말에 곰사장이 들려준 것은 네가 조만간 프로듀서로서 복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때, 새롭게 나는 꿈을 찾았다. 더 이상 네가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는 없지만, 대신에 네게 길러지는 아이돌이 되면 되는 것이다. 네가 사랑으로 키워내는 너의, 아이돌.....................................

 

 화가 나게도 사장은 너를 금방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너와 마주하지도 못한 채 오늘까지 왔다. 가끔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네 앞에 섰지만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네가 나를 지나쳐 가는 방향엔 네가 사랑하는 다른 아이츄들이 있었다. 어째서 네가 웃어주는 것이 내가 아닐까.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오늘까지.

 



 오늘은 우리가 처음 만난 지 4000. 그리고 네가 마침내 나의 프로듀서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역시 운명이 아닐까, 나의 프로듀서








- 아이츄 전력 서른 네번째 : [생일 - 토라히코] / [동화] -

 

 

 




 

진짜 Happy Ending을 위하여

 

 





 

W. 소담(@kimiga_iru)

 






 

 옛날 옛날, 피부가 눈처럼 곱고, 눈은 호수를 담아둔 것처럼 깊으며, 입술은 붉은색의 꽃송이를 찍어 눌러놓은 듯 붉은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공주님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총명했으며 그 마음씨까지 고왔습니다. 부당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설 만큼 적극적이었으며, 상대의 마음도 곧잘 헤아려 그녀를 우러러 보는 백성을 세는 것보단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백성을 손으로 꼽는 것이 더 빠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님은 그녀를 미워하는 악당 때문에 크나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악당 때문에 몸도 마음도 크게 상처 입은 공주님의 예쁜 눈에선 보석 같이 반짝이는 눈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마음으로 흠모하는 온 백성들이 힘들어하는 공주님을 보며 함께 힘들어 했지요.

 

 시들어가는 꽃처럼 점점 말라가는 공주님이 때문에 국왕 부부와 백성들마저 큰 시름에 잠겼을 때, 짠 하고 나타난 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사다운 용맹함과 지혜로움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슬픔에 잠긴 공주님을 웃게 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악당과 싸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 명의 기사들은 공주님을 멋지게 구해냈습니다. 공주님은 자신을 위해 애써준 기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기사들은 앞으로도 공주님께 충성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지혜롭고 다정하며 아름다운 공주님은 왕위에 올라 어진 정치를 펼쳤으며, 세 명의 용맹한 기사들은 그녀의 곁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야기가, 정말로 여기서 끝?? 말도 안돼.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 이렇게... 이렇게 내가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는데.. 이렇게나 많이 사랑하고 있는데.... 어째서 공주님은 나를 봐주지 않는 거야???? 내가 왕궁에서 일하는 미천한 하인이라서 그런 거야?? 어째서야?? 공주님. 나를 봐줘. 내가,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잖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요, 공주님.... 제발 그 새끼들이 아니라 나를 봐줘. 공주님에게 진짜 해피 엔딩을 가져다 줄 수 사람은 그 새끼들이 아니라 나야. 나만큼 공주님을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지금의 해피 엔딩을 부셔버리면... 그 새끼들이 죽으면 나를 봐줄 거야, 나의 사랑스러운 공주님?

[잇세이×유즈키×타카미치]






안녕, 이젠 다른 사람 곁에서 피어날 나의 봄 벚꽃이여





W. 소담(@kimiha_iru








SHINee의 「
君のせいで」의 가사를 보고 작성하여 플리님께 드렸던 글.






[란슬롯×유즈키]
-아이츄 전력 25차 : 유성우-






소원이 내리는 여름 밤






W. 소담(@kimiga_iru)











고교 동창 사이인 란슬롯의 세 명과 그들의 프로듀서인 유즈키가 함께 유성우를 구경하는 이야기









* 관련 글 * (내용 시간 흐름 순)


[후타미×유즈키] 그 아래에 싹튼 것은 무엇?  http://ensemble-stars.tistory.com/10  (후타미의 사랑이 시작되는 이야기)

[잇세이×유즈키] Lancelot, 그 시작  http://ensemble-stars.tistory.com/7   (란슬롯 결성에 관한 내용)

[후타미×유즈키] 긴 겨울의 끝엔 반드시 봄이 있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1  (유즈키 잠적 이후 힘들어하던 후타미. + 란슬롯 결성 관련)
[란슬롯×유즈키] 모두 함께 일보 전진  http://ensemble-stars.tistory.com/5   (막 프로듀서가 된 유즈키와 그룹 란슬롯 멤버들의 재회)

[아이츄 전력 25차 : 유성우] 소원이 내리는 여름 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2 (란슬롯 세 명과 유즈키가 유성우를 보며 소원 비는 이야기)





[후타미×유즈키]
-아이츄 전력 21회: [생일 -라비] / [ 과거]-






긴 겨울의 끝엔 반드시 봄이 있다







W. 소담(@kimiga_iru)









유즈키 잠적 이후 힘들어하던 후타미. 그리고 그런 후타미에게 손을 내미는 두 친구.





* 관련 글 * (내용 시간 흐름 순)


[후타미×유즈키] 그 아래에 싹튼 것은 무엇?  http://ensemble-stars.tistory.com/10  (후타미의 사랑이 시작되는 이야기)

[잇세이×유즈키] Lancelot, 그 시작  http://ensemble-stars.tistory.com/7   (란슬롯 결성에 관한 내용)

[후타미×유즈키] 긴 겨울의 끝엔 반드시 봄이 있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1  (유즈키 잠적 이후 힘들어하던 후타미. + 란슬롯 결성 관련)
[란슬롯×유즈키] 모두 함께 일보 전진  http://ensemble-stars.tistory.com/5   (막 프로듀서가 된 유즈키와 그룹 란슬롯 멤버들의 재회)

[아이츄 전력 25차 : 유성우] 소원이 내리는 여름 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2 (란슬롯 세 명과 유즈키가 유성우를 보며 소원 비는 이야기)



[후타미×유즈키]
-아이츄 전력 19회: 우산 아래-





그 아래에 싹튼 것은 무엇?





W. 소담(@kimiga_iru)






고교 시절의 후타미와 유즈키의 이야기.






* 관련 글 * (내용 시간 흐름 순)


[후타미×유즈키] 그 아래에 싹튼 것은 무엇?  http://ensemble-stars.tistory.com/10  (후타미의 사랑이 시작되는 이야기)

[잇세이×유즈키] Lancelot, 그 시작  http://ensemble-stars.tistory.com/7   (란슬롯 결성에 관한 내용)

[후타미×유즈키] 긴 겨울의 끝엔 반드시 봄이 있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1  (유즈키 잠적 이후 힘들어하던 후타미. + 란슬롯 결성 관련)
[란슬롯×유즈키] 모두 함께 일보 전진  http://ensemble-stars.tistory.com/5   (막 프로듀서가 된 유즈키와 그룹 란슬롯 멤버들의 재회)

[아이츄 전력 25차 : 유성우] 소원이 내리는 여름 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2 (란슬롯 세 명과 유즈키가 유성우를 보며 소원 비는 이야기)






[아이츄 전력 18회: WE ARE I★CHU!]






YOU ARE I★CHU!





W. 소담(@kimiga_iru)








 환한 조명이 켜진 세트장과 그 안에서 29명이라는 대규모의 숫자로 함께 춤을 추는 아이츄들의 모습을 좌에서 우로 크게 둘러본 유즈키는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컷! 일단 쉬었다 하죠!"

 감독의 컷 사인에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아이츄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가까워 오자 그녀는 서둘러 검정 자켓 아래의 하얀 셔츠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프로듀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달려와 점프하는 아이도우 세이야의 포옹을 능숙하게 피한 유즈키는 스탭들에게 받았던 큐시트를 가슴에 끌어안고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프로듀서! 어땠어, 우리들? 나 지금 기분 최고야!"
"역시 우리 트윙클 벨이 가장 멋지지? 니시시!"
"잘 하고 있어, 다들!"

 하얀색과 푸른색을 기본색으로 한 새로 맞춘 단체복을 입고 있는 아이츄들의 모습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빛이 났다. 오늘은 곧 있을 3기생 입소 및  아이츄 데뷔 1주년을 기념하여 팬들에게 선물로 공개하기 위한 사무소 에르돌의 단체 PV 촬영일이었다. 오늘의 촬영을 위해 유즈키는 몇 달 전부터 동분서주 해왔다. 신곡을 소속 그룹인 I♥B의 류카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얘기도 내부 회의에서 나왔으나 한 그룹의 색에 편중되지 않은 곡을 만들기 위해서 결국 외부의 작곡가에게 곡을 맡기게 됐었다. 그리고 의상 역시 29명이라는 많은 수의 것을 만들어야 했기에 몇 달 전부터 유즈키는 디자이너와 수 차례의 미팅을 갖는 등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대인원이 참여하고 있기에 꽤나 장시간 이어지고 있는 촬영이었지만 다들 지친 기색도 없이 오히려 촬영 시작 초반보다 더욱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주로 3기생으로 이뤄진 어리광쟁이들이 유즈키의 가까이 다가와 붙어 자기가 어땠는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를 연신 물어댔다. 포위라도 당하듯 아이츄들에 둘러 쌓인 그녀는 그들의 물음 하나하나에 프로듀서로서의 감상과 조언을 해주었다. 정신 없이 답변을 해주다가 유즈키는 문득 아이츄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란슬롯과 미츠루기 군은 어디갔지?"

 보통은 언제나 같은 그룹의 세이야와 카나타의 주변에 보호자 마냥 서있는 아키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어리광쟁이 그룹들이 그녀에게 치댈 때면 근처에서 그걸 흥미롭게 지켜보는 란슬롯의 세 명도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 주위를 살펴보자 그 넷 뿐 아니라 여러 명이 보이지 않았다. 천상천하의 린도우 츠바키와 호노오키 토오야, ArS의 아마베 시키와 와카오우지 라쿠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 다시 촬영이 시작될지 모르는데 다들 어디 갔지? 아아, 나 애들을 좀 찾아보고 올게."

 언제 감독이 다시 와 촬영을 재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유즈키는 손목의 시계를 한 번 쳐다본 후 자리를 벗어난 아이츄들을 찾아 나서려 했다.

"에엣, 프로듀서~ 코코로 아까 촬영했던 솔로 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프로듀서의 조언, 듣고 싶은 걸! 그런 녀석들은 내버려두고 코코로랑 얘기하자!"

 웬만한 여자 아이돌보다 귀여운 얼굴을 한 하나부사 코코로가 유즈키의 팔에 엉겨붙어왔다. 귀엽지만 제멋대로인 면이 있는 그였기에 유즈키는 결국 모습을 감춘 아이츄 일행들을 찾아나서는 걸 포기하고 그의 촬영에 대해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큰일이야! 린도우 씨랑 토도로키 씨가!!"

 어느 틈에 자리를 벗어났던 것인지 오이카와 모모스케가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 뛰어온 탓인지 상체를 숙인 채 숨을 몰아 쉬는 그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며 유즈키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대기실에서 린도우 씨랑 토도로키 씨가 싸움이 붙었어...! 다른 사람들이 말리고 있지만.... 역시 프로듀서가 가봐야 할 것 같아!"

울먹이며 상황을 전하는 모모의 말에 유즈키는 얼굴을 구겼다. 원래부터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한 둘이었다. 2기생인 토도로키 잇세이는 1기생인 천상천하에 강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던 데다 다른 사람을 깔보는 듯한 린도우 츠바키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같이 중요한 날에 둘 사이에 시비가 붙다니.

"지금 당장 안내해주겠어?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얌전히 대기하도록 해. 알겠지?"

 모모의 뒤를 쫓아 달리는 유즈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 촬영하는 PV는 사실 3기생들의 1주년 이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었다. 사무소 에르돌은 전세계인들이 애용하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만들 예정인데 그곳에 가장 처음으로 올라가게 될 영상이 바로 오늘 촬영하는 PV였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2기생들은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해외의 첫 무대는 앞서 해외에서 활동 중인 천상천하의 단독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로 이미 얘기가 되어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 그룹 리더 간의 싸움을 전혀 좋지 못했다. 모모가 멈춘 대기실의 앞에 서서 잠시간 숨을 고른 유즈키는 일부러 조금 큰 목소리로 싸움의 주역인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벌컥 열었다.

'펑!'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려온 큰 폭죽 소리에 유즈키는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도 뒤에 서있던 모모가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등을 받쳐줬다. 약간 멍멍해진 귀를 문지르며 유즈키는 대기실 안을 둘러보았다. 시비가 붙었다는 두 사람뿐만 아니라 촬영 세트장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던 아이츄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프로듀서."

 전해들었던 상황과는 달리 두 사람이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유즈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자 잇세이의 옆에 서있던 아카바네 후타미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프로듀서, 어서 어서~"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은 유즈키가 당황하며 대기실 안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자 츠바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으며 화장대 테이블 아래 쪽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어 건넸다. 후타미에 이끌려 화장대 한 곳의 의자에 앉은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츠바키를 올려다봤다. 그룹의 컨셉으로 인해 일할 때면 화풍의 의상을 주로 입는 그가 새로운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은 제법 신선했다. 당황해 있는 상황에서도 유즈키는 그의 의상이 그에게 꼭 맞게 잘 뽑혔다며 속으로 감탄했다.

"으음.... 이게 뭐야?"
"직접 보라고."

 옆의 화장대 테이블에 걸터앉은 츠바키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그 옆에 서있는 토오야는 재밌다는 듯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둘의 그런 반응에 얼떨떨해 하며 유즈키는 반대편 쪽을 바라보았다. 츠바키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화장대 테이블에 걸터앉은 잇세이는 그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프로듀서. 어서 열어 봐라."

 그녀의 뒤에 팔짱을 낀 채 서있던 산젠인 타카미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가 말을 끝내자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서있던 후타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 해야 할 게 많으니까~"

 유즈키는 받아든 상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아이츄들이 준비한 선물인 것 같은데 어째서 갑자기 선물을 주는지 알 수 없었다. 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서 양 손으로 양쪽을 잡아 상자의 뚜껑을 들어올렸다.

"어때?"

 상자 속의 선물을 확인한 유즈키를 말을 잃었다. 옆에서 잇세이가 그녀의 감상을 물어왔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그녀는 상자 속의 선물을 조심히 들어올렸다. 사라락, 예쁘게 개어있던 하얗고 푸른 의상이 부드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의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 색상과 달려있는 장신구들로 봐선 오늘 촬영을 위해 만들었던 아이츄들의 의상과 하나임이 분명했으나, 새로운 의상들의 디자인의 컨펌을 담당했던 유즈키는 이런 디자인의 의상을 보았던 기억이 없었다.

"헤헤, 예쁘지, 프로듀서~?"

 가시지 않은 놀라움에 여전히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유즈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의상을 들어올려 쳐다보았다. 의상에 달린 망토와 하얀 깃털, 금속 장식 등이 29명의 아이츄들이 입고 있는 옷과 꼭 가족 같아 보였다.

"우리가 프로듀서 몰래 이거 준비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지?"
"다들 프로듀서의 의상을 자기 그룹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려고 해서 지금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꽤나 고생했지 뭔가."
"후후, 그러니까요. 특히 쌍둥이들과 코코로 씨가 어찌나 욕심을 부리던지.... 자, 이제 다들 그만 엿듣고 들어오지 않겠어요?"

 작게 소리내 웃으며 토오야가 닫혀있던 문을 열자 와르르 세트장에 있어야 할 아이츄들이 밀려 들어왔다.

"흥, 그야 프로듀서는 귀여운 여자아이니까 우리 POP'N STAR와 같은 의상이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아니지, 아니지! 프로듀서는 우리를 이끌어주는 사람이니까 우리 그룹 의상에 있는 왕관 장식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따지자면 프로듀서와 가장 연이 깊은 우리 란슬롯에 맞춰 공주님 같은 복장이어야지."

 가만히 다른 아이츄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듣고 있던 타카미치가 나서서 한 마디 했다. 그러자 비슷한 자세로 화장대 테이블에 기대어 있던 츠바키와 잇세이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잇세이가 말했다.

"다 끝난 얘기, 다시 꺼내봐야 소용 없잖아?"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츠바키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서 의상의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뒤돌아 다른 아이츄들이 모여있는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을 나갈 것 같던 그는 몸을 반쯤 돌려 여전히 멍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유즈키를 향해 말했다.

"자, 어서 갈아입으라고, 프로듀서. 아니, ........아사히나 선배. 당신이 없으면 다시 촬영을 시작할 수 없다고. 우리의 시작이잖아, 네가."









[사츠키×유즈키]
-아이츄 전력 15회:  Will you marry me?-






아직은 전할 수 없는 Will you marry me?






w. 소담(@kimiga_iru)









"프~로~듀~서~"

 오늘 안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의 우선 순위를 머릿속으로 매기면서 유즈키가 교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두를 때였다.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물론 그녀는 잊지 않고 몸을 돌리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했다. 그러자 그녀의 예상대로 검지 손가락 하나가 공중에서 멈칫했다.

"쳇. 이번에도 실패~ 프로듀서는 어째서 맨날 내 장난을 간파해버리는 거야?!"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볼멘소리를 들으며 유즈키는 빙그레 웃었다. 매번 장난을 피하거나 장난에 가만히 당해주지 않고 되돌려주는데도 그녀와 마주 서있는 소년, 사츠키는 질리지도 않고 그녀에게 계속해서 장난을 시도했다.

"아직 10년은 이르다니까, 사츠키 군."

 과장스럽게 어깨를 떨어트리며 사츠키는 쳇 하고 소리를 뱉어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즈키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다가 그가 그런 '어린아이 취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곤 손을 멈췄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사츠키 군?"
"프로듀서. 바빠? 아니다, 바빠도 이거 봐줘. 나 마술 연습했다고~"
"마술?"

 뜬금없이 자신이 연습해온 마술을 봐달라는 말에 유즈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에 그에게 들어온 일들 중엔 마술을 선보여야 하는 일이 없음은 그의 프로듀서인 그녀가 가장 잘 아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로서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그냥 봐줘~ 프~로~듀~서~"

 보채듯 말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서류들을 겨드랑이에 사이에 낀 채로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봤다. 사츠키는 눈을 반짝이며 양손을 쫘악 펴 그녀에게 보였다.

"아무것도 없지?"

 그는 여전히 눈을 빛내며 자신을 뚫어지도록 바라보는 그녀의 귀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뻗어오는 가는 손목을 따라 유즈키의 눈이 이동했다.

"프로듀서의 귀걸이 좀 빌릴게."
"읏, 무슨 소리야 사츠키 군!"

 그러나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손은 그녀의 귓불에 걸려있는 귀걸이를 빼냈다. 귀걸이를 손바닥에 쥔 그는 자신 쪽으로 손을 다시 접었다. 일부러 애를 태우듯 천천히 멀어지는 손길을 그녀가 눈으로 쫓자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양손을 동그랗게 모아 쥐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귀걸이 한 쪽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진 유즈키는 그의 모아진 양손을 말없이 응시했다.

"짠!!"

 꽤나 귀가 따가운 소리를 내며 사츠키가 모아 쥐었던 양손을 쫙 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의 귀걸이가 있어야겠지만 그래서는 마술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타날까 하고 생각했지만 웬걸, 그의 손바닥은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다. 아주 잠깐 당황했던 유즈키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없다...."

 마술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사츠키의 프로듀서 골리기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유즈키는 재킷 주머니를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는 건 여기 있는 거지, 내 귀걸이?"

 사츠키에게 단정 지어 물은 후 유즈키는 주머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것을 본 사츠키가 서둘어 몸을 뒤로 빼며 양손으로 주머니를 막았다.

"으아아앗 스톱~! 스톱, 프로듀서! 주, 줄게, 준다니까!"

 당황하여 말을 버벅이는 그를 보며 사츠키는 풋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얼굴까지 발그레해진 것을 보아 그녀의 추측대로 귀걸이는 그의 주머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팔짱을 끼고 그가 주머니에서 귀걸이를 꺼내 돌려주길 기다렸다. 그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그는 분한 듯 쳇 거리며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손을 집어넣었다 뺐다.

"눈 감아 봐, 프로듀서."
"귀걸이라면 직접 낄테니..."

 유즈키는 귀걸이를 돌려달라며 손바닥을 그의 앞에 뻗었다. 다시 한 번 눈을 감으라고 재촉했지만 그녀가 그것을 따르지 않자 사츠키는 오버스럽게 한숨을 쉬면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 부근을 잡았다. 그의 행동에 유즈키는 저도 모르게 '응?'하고 소리내며 그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손가락에 느껴지는 이상한 감촉에 다시 자신의 손을 보았다.

"엣?"

 그녀의 손가락에는 무언가가 껴있었다. 유즈키는 손등이 위로 가도록 손바닥을 뒤집어보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크지 않은 노란 꽃과 그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가 껴있었다.

"늘 내 장난은 눈치채는 주제에 이런 부분에선 눈치가 없다니까~ 프로듀서 바보!"

 넋을 놓은 채 꽃반지를 바라보던 유즈키는 그것을 만들고 있었을 사츠키를 생각하자 웃음이 났다. 아하하 하고 소리를 내며 그녀는 손가락을 쫙 펴 그에게 잘 보이도록 그의 얼굴 높이까지 손을 들어 보여줬다.

"아하하, 딱 맞네. 선물인 거야?"

 상대까지 덩달아 기분 좋아지게 하는 그녀의 미소에 사츠키는 입술을 앙 다물어 씰룩 거리는 입술 끝이 멋대로 올라가지 않도록 참았다.

"그... 나, 나중엔 진짜를 줄 테니까! 그때까진 그...그 꽃반지 외에 다른 건 끼면 아..안돼! 절대로 안돼!"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낸 사츠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 방향으로 전력 질주해 사라졌다. 주변의 작은 먼지들을 일으키며 떠난 제자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그녀는 석양 때문인지 발갛게 물들어 있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손등이 보이도록 손을 펴고 반지를 쳐다보던 그녀는 불현듯 소리쳤다.

"내 귀걸이!"


 이때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몇 년 후, 이십대의 청년이 된 그가 그녀에게 실제로 반지를 내밀 줄은.






[잇세이×유즈키]




Lancelot, 그 시작








W. 소담(@kimiga_iru)









 란슬롯의 결성과 관련한 이야기






* 관련 글 * (내용 시간 흐름 순)


[후타미×유즈키] 그 아래에 싹튼 것은 무엇?  http://ensemble-stars.tistory.com/10  (후타미의 사랑이 시작되는 이야기)

[잇세이×유즈키] Lancelot, 그 시작  http://ensemble-stars.tistory.com/7   (란슬롯 결성에 관한 내용)

[후타미×유즈키] 긴 겨울의 끝엔 반드시 봄이 있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1  (유즈키 잠적 이후 힘들어하던 후타미. + 란슬롯 결성 관련)
[란슬롯×유즈키] 모두 함께 일보 전진  http://ensemble-stars.tistory.com/5   (막 프로듀서가 된 유즈키와 그룹 란슬롯 멤버들의 재회)

[아이츄 전력 25차 : 유성우] 소원이 내리는 여름 밤  http://ensemble-stars.tistory.com/12 (란슬롯 세 명과 유즈키가 유성우를 보며 소원 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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