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의 코르다, 키라 아키히코 × 히노 카호코.
2014.10.13 작성.
또다시 기억에 없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웃기게도 글 하단에 작성한 코멘트가 기억이 난다. 글은 기억이 안 나는데 코멘트는 기억나는 이 기현상... 어쨌든 키라가 카하코를 위해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썼다는데 정작 연주하는 장면은 안 나온다. 키라가 다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은 그 자신이 미워했던 음악과 바이올린에 대한 용서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러고보니 이사장님도 바이올린 하셨었죠? 이사장님의 바이올린 음색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책상에 앉아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서류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에 열중하고 있던 키라에게 불현듯 소파 쪽으로부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방해해왔다. 아니, 정확히는 고운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무튼 키라는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는 그녀 쪽을 쳐다보니 어느새 그녀는 길다락 소파에 엎드려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치마-비록 아주 짧은 치마는 아니었지만-가 흐트러져 그녀의 뽀얀 허벅지가 언뜻 보였다. 그런 부주의한 모습에 키라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가 들고 있는 잡지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쳐다봤다.
용서
W. 소담(@kimiga_iru)
"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치마나 좀 어떻게 하게. 다 큰 처자가..."
평소 입고 온 옷이며 자세며 기타 등등의 여러 가지를 지적해대는 키라였기에 히노는 입을 삐죽 내밀고 키라를 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풀고는 애교스럽게 웃으며 몸을 뒤집어 이사장실의 천장이 보이도록 돌아누웠다. 여전히 그녀의 흐트러진 치마는 그대로였다. 오히려 더 흐트러졌다.
"에이, 뭐 어때요. 이사장님이랑 제가 보통 사이에요~ 이제 고등학생과 학교 이사장도 아닌데! 막 섹시하고 그렇지 않아요?"
눈웃음을 치며 자극해오는 어린 여자친구에 키라는 한숨을 쉬며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저런 식의 어리광을 부릴 때면 그것이 쉽게 끝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키라는 그녀가 있는 소파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가 놓여있는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쭈욱 뻗어 그녀의 흐트러진 치마를 매만져줬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그녀의 살결은 역시나 부드러웠다. 어느덧 대학 졸업을 목전에 둔 그녀였지만 여전히 그녀는 어린 아이같은 피부 및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많이 변화했다. 고등학생 때는 전혀 보여준 적 없는, 키라를 유혹하는 눈빛이라거나 언어적인 도발을 종종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과 끼였으나, 그것이 대학생이 된 이후에야 만개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허튼 소리 그만 하게."
그러자 히노는 입이 대빨은 나와서는 '피~' 하고 투정을 부리더니 얼굴을 살짝 들어 키라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그녀의 동작은 무척 자연스러웠고, 키라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가 좀 더 편히 누울 수 있도록 다리를 약간 움직여주었다. 두 사람은 그녀가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교제를 시작했기 때문에 나름 오래 만난 연인이었다.
"이사장님, 이거 봤어요? 여기 카나자와 선생님."
키라의 무릎베개에 만족했는지 히노는 한쪽에 밀어두었던 잡지를 펴보이며 키라에게 보여줬다. 키라는 손을 뻗어 히노가 들고있는 잡지를 함께 잡고 그것을 흘깃 쳐다보았다. 한때 세이소 학원에서 음악 선생을 하던 카나자와에 대한 특집 기사였다. 한 때 성악계에서 유명했던 그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역시나 매력적인 소리로 다시 돌아왔다-는 그런 기사였다. 조금씩 나아지던 목소리에도 다시 노래를 하는 것을 망설이던 카나자와의 등을 떠민 것은 키라와 히노였다. 키라는 오래 알고 지낸 선배인 그가, 한 때는 너무나 당당하게 무대에서 빛을 발하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서기를 바랐다. 비록 자신은 고등학생 때 음악을 버렸을지라도, 친한 그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역시 카나자와 선생님 해내실 줄 알았어요. 그보다 이 사진은 완전 학교에서랑 딴 판이시네."
히노는 키라가 함께 들어주고 있는 잡지의 짧은 머리의 카나자와 사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키라를 보고 말했다. 사진 속의 카나자와는 예전에 무대를 서던 그처럼 짧은 머리에 턱수염 하나없이 깔끔하게 하고 있었다. 키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들어보고 싶어요. 이사장님의 바이올린."
방심하고 있을 때 훅 들어왔다. 히노는 가끔 이럴 때가 있었다. 이성적이고 냉정한 편인 그가 방심하고 있을 때 그의 허를 찌르는 말을 서슴없이 할 때가. 그녀가 처음 그랬던 때가 아마 그녀의 성년의 날 때이던가. 예쁘게 후리소데를 차려입은 그녀는 성년이 된 사람들의 행렬에서 빠져나와 총총총 키라에게 다가왔고, 팔짱을 끼고 있던 키라는 그녀에게 미소 지어줬었다. 성년의 날 행사에게 초등학생 때 친구를 몇 년인가 만에 만났다느니, 멀찍이서 우연히 츠키모리와 츠치우라를 보았는데 츠키모리는 하카마를 입고 있었고 츠치우라는 양복을 입고 있어 뭔가 두 사람스러웠다느니 하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조잘조잘 해댔다. 키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옆에 꼭 다가와붙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아마 바로 그때였던 것 같다. 그녀가 '오늘도 저 돌려보낼 건 아니죠?' 하고 물었던 것은.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그렇게 갑자기 얘기해버리니 키라가 벙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추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본인이 한 대범한 말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히노의 두 뺨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당시, 키라라고 그 동안 왜 히노와 사귀며 아무렇지 않았겠는가? 그도 평범한 성인남자인데. 하지만 히노가 자신에 비해 꽤나 많이 어린 편이었기 때문에 막상 그녀와 밤을 보낸다거나 하는 것에는 알 수 없는 망설임이 들었고, 또 한 편으로는 그녀가 아직 너무 어리니 안 된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오늘 그녀는 정식으로 성년이 되긴 했지만, 그녀가 저렇게 말한다고 냉큼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며 그녀와 그 동안 지켜오던 선을 넘기엔 뭔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녀의 머리에 딱밤을 때리며 못 하는 소리가 없다며 그 상황을 넘기려고 했다. 뭐, 결국 히노의 섭섭해죽겠다는 눈물 고인 눈에 그녀를 다음날에나 집에 보내긴 했지만.
"후우... 앓잖나, 내가 고등학생 때 음악을 버린 거."
"응, 그치만 분명 아름다울텐데 이사장님의 바이올린. 나 정말 듣고 싶어요."
또 다시 떼를 쓰기 시작하는 나이 어린 여자친구에 머리가 아파와 키라는 미간 사이를 문질렀다. 그러면서 다른 때보다 유독 더 목소리를 깔고서 '안돼' 하고 말했다. 그녀는 키라가 화가 나는 것을 꾹 참는듯한 낮게 깔린 목소리를 조금 무서워했다. 그래서 가끔 장난치거나 떼를 쓰다가도 키라가 참다 참다 그런 목소리로 말할 때면 꼬리를 내리고 포기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 안돼요? 내 졸업 선물로도? 내 첫 리사이틀 축하의 의미로도?"
키라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진 히노의 머리통을 살짝 든 후에 소파에서 일어났다. 키라가 다시 책상 쪽으로 걸어가자 히노는 잽싸게 다시 몸을 뒤집어 엎고는 키라의 뒷모습을 보며 진짜 안 되느냐고 물었다.
"안돼."
한 번 버린 바이올린을 다시 잡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음악이라는 세계는 그녀 하나로 충분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한 번 버렸던 바이올린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두렵기도 했다. 비록 천재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였던 그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말일 뿐이다. 그것이 벌써 몇 년 전의 일인가? 고등학생 때 바이올린을 놓아버린 후로 단 한 번도 바이올린을 연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에야 바이올린을 다시 잡는다고 예전의 기량이 나올리 없었다.
"'자기를 기다리는 그 곳을 마주하라'고 무대에 다시 서기 무서워 하는 카나자와 선생님한테 말했던 거 이사장님이잖아요. 나는...이사장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사장님 세계에 다른 사람의 음악만 있는 게 아니라, 이사장님의 음악으로도 가득찼으면 좋겠어요."
애써 히노를 무시하며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키라는 흘끗 히노를 쳐다보았다. 히노는 소파의 끝부분에 턱을 걸치고서는 팔을 쭈욱 뻗어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녀의 자세 때문에 그녀의 머리가 바닥을 향해 늘어져있어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난요, 꿈이 이사장님이랑 둘이서 같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거에요. 둘이서."
여전히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녀의 얼굴표정은 볼 수 없었다. 키라는 그녀가 그런 포즈를 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에 그의 무뚝뚝한 표정이 많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녀의 말에 울컥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머리속에 나란히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들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으니까.
어쩄든 그 날 그는 일과를 마치고 그녀와 저녁을 먹은 후에 그녀를 집으로 보냈다. 그녀는 아까 둘이서 같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 이후로는 그의 바이올린에 대한 얘기는 더 이상하지 않았다. 약간의 섭섭함이 그녀의 얼굴에서 묻어나긴 했지만, 그녀는 식사를 하며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나 봉사활동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말했다. 집으로 홀로 돌아온 키라는 폭신한 소파에 몸을 깊게 뉘이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그의 머리속에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고등학생 시절, 음악을 버리기 전의 그의 바이올린 소리였다. 겁났다. 음악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자신이 버리고 증오했던 음악을...바이올린을 자신이 다시 한다는 것이 조금은 죄스러웠다.
하지만 다음 날, 키라는 결국 악기점을 들러 다시 바이올린을 하나 구입했다. 다시 음악을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등을 떠밀었던 카나자와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자신도 바이올린과 화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히노와의 합주는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의 세계를 가득채우는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에 자신의 바이올린 소리를 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그는 용기를 내어 바이올린을 마주했다. 그도 결국엔 어쩔 수 없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먼 길을 돌아 결국에는 다시 이렇게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된 것을 보면 말이다. 키라는 연습을 반복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 히노의 졸업식날, 둘만이서 작게 열 파티에서 그녀에게 자신의 바이올린을 들려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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