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츠키×유즈키]
-아이츄 전력 15회:  Will you marry me?-






아직은 전할 수 없는 Will you marry me?






w. 소담(@kimiga_iru)









"프~로~듀~서~"

 오늘 안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의 우선 순위를 머릿속으로 매기면서 유즈키가 교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두를 때였다.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물론 그녀는 잊지 않고 몸을 돌리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했다. 그러자 그녀의 예상대로 검지 손가락 하나가 공중에서 멈칫했다.

"쳇. 이번에도 실패~ 프로듀서는 어째서 맨날 내 장난을 간파해버리는 거야?!"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볼멘소리를 들으며 유즈키는 빙그레 웃었다. 매번 장난을 피하거나 장난에 가만히 당해주지 않고 되돌려주는데도 그녀와 마주 서있는 소년, 사츠키는 질리지도 않고 그녀에게 계속해서 장난을 시도했다.

"아직 10년은 이르다니까, 사츠키 군."

 과장스럽게 어깨를 떨어트리며 사츠키는 쳇 하고 소리를 뱉어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즈키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다가 그가 그런 '어린아이 취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곤 손을 멈췄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사츠키 군?"
"프로듀서. 바빠? 아니다, 바빠도 이거 봐줘. 나 마술 연습했다고~"
"마술?"

 뜬금없이 자신이 연습해온 마술을 봐달라는 말에 유즈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에 그에게 들어온 일들 중엔 마술을 선보여야 하는 일이 없음은 그의 프로듀서인 그녀가 가장 잘 아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로서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그냥 봐줘~ 프~로~듀~서~"

 보채듯 말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서류들을 겨드랑이에 사이에 낀 채로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봤다. 사츠키는 눈을 반짝이며 양손을 쫘악 펴 그녀에게 보였다.

"아무것도 없지?"

 그는 여전히 눈을 빛내며 자신을 뚫어지도록 바라보는 그녀의 귀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뻗어오는 가는 손목을 따라 유즈키의 눈이 이동했다.

"프로듀서의 귀걸이 좀 빌릴게."
"읏, 무슨 소리야 사츠키 군!"

 그러나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손은 그녀의 귓불에 걸려있는 귀걸이를 빼냈다. 귀걸이를 손바닥에 쥔 그는 자신 쪽으로 손을 다시 접었다. 일부러 애를 태우듯 천천히 멀어지는 손길을 그녀가 눈으로 쫓자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양손을 동그랗게 모아 쥐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귀걸이 한 쪽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진 유즈키는 그의 모아진 양손을 말없이 응시했다.

"짠!!"

 꽤나 귀가 따가운 소리를 내며 사츠키가 모아 쥐었던 양손을 쫙 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의 귀걸이가 있어야겠지만 그래서는 마술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타날까 하고 생각했지만 웬걸, 그의 손바닥은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다. 아주 잠깐 당황했던 유즈키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없다...."

 마술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사츠키의 프로듀서 골리기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유즈키는 재킷 주머니를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는 건 여기 있는 거지, 내 귀걸이?"

 사츠키에게 단정 지어 물은 후 유즈키는 주머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것을 본 사츠키가 서둘어 몸을 뒤로 빼며 양손으로 주머니를 막았다.

"으아아앗 스톱~! 스톱, 프로듀서! 주, 줄게, 준다니까!"

 당황하여 말을 버벅이는 그를 보며 사츠키는 풋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얼굴까지 발그레해진 것을 보아 그녀의 추측대로 귀걸이는 그의 주머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팔짱을 끼고 그가 주머니에서 귀걸이를 꺼내 돌려주길 기다렸다. 그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그는 분한 듯 쳇 거리며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손을 집어넣었다 뺐다.

"눈 감아 봐, 프로듀서."
"귀걸이라면 직접 낄테니..."

 유즈키는 귀걸이를 돌려달라며 손바닥을 그의 앞에 뻗었다. 다시 한 번 눈을 감으라고 재촉했지만 그녀가 그것을 따르지 않자 사츠키는 오버스럽게 한숨을 쉬면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 부근을 잡았다. 그의 행동에 유즈키는 저도 모르게 '응?'하고 소리내며 그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손가락에 느껴지는 이상한 감촉에 다시 자신의 손을 보았다.

"엣?"

 그녀의 손가락에는 무언가가 껴있었다. 유즈키는 손등이 위로 가도록 손바닥을 뒤집어보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크지 않은 노란 꽃과 그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가 껴있었다.

"늘 내 장난은 눈치채는 주제에 이런 부분에선 눈치가 없다니까~ 프로듀서 바보!"

 넋을 놓은 채 꽃반지를 바라보던 유즈키는 그것을 만들고 있었을 사츠키를 생각하자 웃음이 났다. 아하하 하고 소리를 내며 그녀는 손가락을 쫙 펴 그에게 잘 보이도록 그의 얼굴 높이까지 손을 들어 보여줬다.

"아하하, 딱 맞네. 선물인 거야?"

 상대까지 덩달아 기분 좋아지게 하는 그녀의 미소에 사츠키는 입술을 앙 다물어 씰룩 거리는 입술 끝이 멋대로 올라가지 않도록 참았다.

"그... 나, 나중엔 진짜를 줄 테니까! 그때까진 그...그 꽃반지 외에 다른 건 끼면 아..안돼! 절대로 안돼!"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낸 사츠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 방향으로 전력 질주해 사라졌다. 주변의 작은 먼지들을 일으키며 떠난 제자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그녀는 석양 때문인지 발갛게 물들어 있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손등이 보이도록 손을 펴고 반지를 쳐다보던 그녀는 불현듯 소리쳤다.

"내 귀걸이!"


 이때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몇 년 후, 이십대의 청년이 된 그가 그녀에게 실제로 반지를 내밀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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