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츄 전력 18회: WE ARE I★CHU!]






YOU ARE I★CHU!





W. 소담(@kimiga_iru)








 환한 조명이 켜진 세트장과 그 안에서 29명이라는 대규모의 숫자로 함께 춤을 추는 아이츄들의 모습을 좌에서 우로 크게 둘러본 유즈키는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컷! 일단 쉬었다 하죠!"

 감독의 컷 사인에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아이츄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가까워 오자 그녀는 서둘러 검정 자켓 아래의 하얀 셔츠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프로듀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달려와 점프하는 아이도우 세이야의 포옹을 능숙하게 피한 유즈키는 스탭들에게 받았던 큐시트를 가슴에 끌어안고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프로듀서! 어땠어, 우리들? 나 지금 기분 최고야!"
"역시 우리 트윙클 벨이 가장 멋지지? 니시시!"
"잘 하고 있어, 다들!"

 하얀색과 푸른색을 기본색으로 한 새로 맞춘 단체복을 입고 있는 아이츄들의 모습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빛이 났다. 오늘은 곧 있을 3기생 입소 및  아이츄 데뷔 1주년을 기념하여 팬들에게 선물로 공개하기 위한 사무소 에르돌의 단체 PV 촬영일이었다. 오늘의 촬영을 위해 유즈키는 몇 달 전부터 동분서주 해왔다. 신곡을 소속 그룹인 I♥B의 류카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얘기도 내부 회의에서 나왔으나 한 그룹의 색에 편중되지 않은 곡을 만들기 위해서 결국 외부의 작곡가에게 곡을 맡기게 됐었다. 그리고 의상 역시 29명이라는 많은 수의 것을 만들어야 했기에 몇 달 전부터 유즈키는 디자이너와 수 차례의 미팅을 갖는 등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대인원이 참여하고 있기에 꽤나 장시간 이어지고 있는 촬영이었지만 다들 지친 기색도 없이 오히려 촬영 시작 초반보다 더욱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주로 3기생으로 이뤄진 어리광쟁이들이 유즈키의 가까이 다가와 붙어 자기가 어땠는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를 연신 물어댔다. 포위라도 당하듯 아이츄들에 둘러 쌓인 그녀는 그들의 물음 하나하나에 프로듀서로서의 감상과 조언을 해주었다. 정신 없이 답변을 해주다가 유즈키는 문득 아이츄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란슬롯과 미츠루기 군은 어디갔지?"

 보통은 언제나 같은 그룹의 세이야와 카나타의 주변에 보호자 마냥 서있는 아키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어리광쟁이 그룹들이 그녀에게 치댈 때면 근처에서 그걸 흥미롭게 지켜보는 란슬롯의 세 명도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 주위를 살펴보자 그 넷 뿐 아니라 여러 명이 보이지 않았다. 천상천하의 린도우 츠바키와 호노오키 토오야, ArS의 아마베 시키와 와카오우지 라쿠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 다시 촬영이 시작될지 모르는데 다들 어디 갔지? 아아, 나 애들을 좀 찾아보고 올게."

 언제 감독이 다시 와 촬영을 재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유즈키는 손목의 시계를 한 번 쳐다본 후 자리를 벗어난 아이츄들을 찾아 나서려 했다.

"에엣, 프로듀서~ 코코로 아까 촬영했던 솔로 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프로듀서의 조언, 듣고 싶은 걸! 그런 녀석들은 내버려두고 코코로랑 얘기하자!"

 웬만한 여자 아이돌보다 귀여운 얼굴을 한 하나부사 코코로가 유즈키의 팔에 엉겨붙어왔다. 귀엽지만 제멋대로인 면이 있는 그였기에 유즈키는 결국 모습을 감춘 아이츄 일행들을 찾아나서는 걸 포기하고 그의 촬영에 대해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큰일이야! 린도우 씨랑 토도로키 씨가!!"

 어느 틈에 자리를 벗어났던 것인지 오이카와 모모스케가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 뛰어온 탓인지 상체를 숙인 채 숨을 몰아 쉬는 그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며 유즈키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대기실에서 린도우 씨랑 토도로키 씨가 싸움이 붙었어...! 다른 사람들이 말리고 있지만.... 역시 프로듀서가 가봐야 할 것 같아!"

울먹이며 상황을 전하는 모모의 말에 유즈키는 얼굴을 구겼다. 원래부터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한 둘이었다. 2기생인 토도로키 잇세이는 1기생인 천상천하에 강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던 데다 다른 사람을 깔보는 듯한 린도우 츠바키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같이 중요한 날에 둘 사이에 시비가 붙다니.

"지금 당장 안내해주겠어?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얌전히 대기하도록 해. 알겠지?"

 모모의 뒤를 쫓아 달리는 유즈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 촬영하는 PV는 사실 3기생들의 1주년 이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었다. 사무소 에르돌은 전세계인들이 애용하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만들 예정인데 그곳에 가장 처음으로 올라가게 될 영상이 바로 오늘 촬영하는 PV였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2기생들은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해외의 첫 무대는 앞서 해외에서 활동 중인 천상천하의 단독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로 이미 얘기가 되어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 그룹 리더 간의 싸움을 전혀 좋지 못했다. 모모가 멈춘 대기실의 앞에 서서 잠시간 숨을 고른 유즈키는 일부러 조금 큰 목소리로 싸움의 주역인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벌컥 열었다.

'펑!'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려온 큰 폭죽 소리에 유즈키는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도 뒤에 서있던 모모가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등을 받쳐줬다. 약간 멍멍해진 귀를 문지르며 유즈키는 대기실 안을 둘러보았다. 시비가 붙었다는 두 사람뿐만 아니라 촬영 세트장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던 아이츄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프로듀서."

 전해들었던 상황과는 달리 두 사람이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유즈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자 잇세이의 옆에 서있던 아카바네 후타미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프로듀서, 어서 어서~"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은 유즈키가 당황하며 대기실 안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자 츠바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으며 화장대 테이블 아래 쪽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어 건넸다. 후타미에 이끌려 화장대 한 곳의 의자에 앉은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츠바키를 올려다봤다. 그룹의 컨셉으로 인해 일할 때면 화풍의 의상을 주로 입는 그가 새로운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은 제법 신선했다. 당황해 있는 상황에서도 유즈키는 그의 의상이 그에게 꼭 맞게 잘 뽑혔다며 속으로 감탄했다.

"으음.... 이게 뭐야?"
"직접 보라고."

 옆의 화장대 테이블에 걸터앉은 츠바키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그 옆에 서있는 토오야는 재밌다는 듯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둘의 그런 반응에 얼떨떨해 하며 유즈키는 반대편 쪽을 바라보았다. 츠바키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화장대 테이블에 걸터앉은 잇세이는 그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프로듀서. 어서 열어 봐라."

 그녀의 뒤에 팔짱을 낀 채 서있던 산젠인 타카미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가 말을 끝내자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서있던 후타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 해야 할 게 많으니까~"

 유즈키는 받아든 상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아이츄들이 준비한 선물인 것 같은데 어째서 갑자기 선물을 주는지 알 수 없었다. 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서 양 손으로 양쪽을 잡아 상자의 뚜껑을 들어올렸다.

"어때?"

 상자 속의 선물을 확인한 유즈키를 말을 잃었다. 옆에서 잇세이가 그녀의 감상을 물어왔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그녀는 상자 속의 선물을 조심히 들어올렸다. 사라락, 예쁘게 개어있던 하얗고 푸른 의상이 부드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의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 색상과 달려있는 장신구들로 봐선 오늘 촬영을 위해 만들었던 아이츄들의 의상과 하나임이 분명했으나, 새로운 의상들의 디자인의 컨펌을 담당했던 유즈키는 이런 디자인의 의상을 보았던 기억이 없었다.

"헤헤, 예쁘지, 프로듀서~?"

 가시지 않은 놀라움에 여전히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유즈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의상을 들어올려 쳐다보았다. 의상에 달린 망토와 하얀 깃털, 금속 장식 등이 29명의 아이츄들이 입고 있는 옷과 꼭 가족 같아 보였다.

"우리가 프로듀서 몰래 이거 준비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지?"
"다들 프로듀서의 의상을 자기 그룹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려고 해서 지금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꽤나 고생했지 뭔가."
"후후, 그러니까요. 특히 쌍둥이들과 코코로 씨가 어찌나 욕심을 부리던지.... 자, 이제 다들 그만 엿듣고 들어오지 않겠어요?"

 작게 소리내 웃으며 토오야가 닫혀있던 문을 열자 와르르 세트장에 있어야 할 아이츄들이 밀려 들어왔다.

"흥, 그야 프로듀서는 귀여운 여자아이니까 우리 POP'N STAR와 같은 의상이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아니지, 아니지! 프로듀서는 우리를 이끌어주는 사람이니까 우리 그룹 의상에 있는 왕관 장식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따지자면 프로듀서와 가장 연이 깊은 우리 란슬롯에 맞춰 공주님 같은 복장이어야지."

 가만히 다른 아이츄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듣고 있던 타카미치가 나서서 한 마디 했다. 그러자 비슷한 자세로 화장대 테이블에 기대어 있던 츠바키와 잇세이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잇세이가 말했다.

"다 끝난 얘기, 다시 꺼내봐야 소용 없잖아?"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츠바키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서 의상의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뒤돌아 다른 아이츄들이 모여있는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을 나갈 것 같던 그는 몸을 반쯤 돌려 여전히 멍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유즈키를 향해 말했다.

"자, 어서 갈아입으라고, 프로듀서. 아니, ........아사히나 선배. 당신이 없으면 다시 촬영을 시작할 수 없다고. 우리의 시작이잖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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