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의 코르다, 에토 키리야 × 히노 카호코.
2009.12.26 작성.
에토 키리야를 잘 모르면서도 썼던 연성. 어느새 또 크리스마스. 아마도 이때도 그냥 집에서 빈둥대지 않았을까.
"여기서 뭐하냐? 오늘 같은 날도 여기에 바이올린 연습하러 온 거야? 나 참~ 진짜 할 일 없나 보구만~." 카호코는 앞에 있는
소년을 보면서 세상에는 진짜로 '악연'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소년을 처음 만난 것은 학교의 연습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얼굴은 괜찮은데 연주는 엉망이라느니 하는 막말을 늘어놓아 카호코에게 크나큰 충격을 줬었다. 화가 나기보다는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더 했었는데, 카호코도
설마 그 소년과 다시 재회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衛日] 두 사람의 크리스마스 W, 소담(@kimiga_iru) 그를 재회한 것은 카호코가
평소에 바이올린 연습을 하기 위해 자주 찾곤 하는 공원에서였다. 그는 설마하니 공원에서 그 실력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할 거냐면서 비웃으며 카호코의 속을 박박 긁어놓았었다. 대체 전생에 카호코가 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인지, 이상하게 공원에 올 때마다 이 녀석과 마주쳐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도 참 성격이 특이하다. 못한다, 못한다 그렇게 쪼아대면서도 대체 왜 연주할 때마다 옆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지. 나중에는 아주 공원에서 그 녀석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야 할 지경까지 되었다. 올해도 달갑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돌아왔고, 역시나 친한 친구들은 남자친구들과 논다고 연락 한 통이 없다. 물론 아는 남자애들이야 몇 있다. 일단 남녀합반이기도 하고, 콩쿠르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도 있긴 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만날 남자애가 없다!! 결국 기쁨이 넘쳐나는 크리스마스
아침, 카호코는 바이올린을 챙겨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은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산책 중인 커플들이 많았다. 카호코는 조그맣게 한숨을 쉰 후에 바이올린을 꺼내 어떤 노래를
부를지 잠시 고민했다. 크리스마스이기도 해서 카호코는 캐롤송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말을 건 것은 다섯 번째 연주가 끝났을 때였다. "여기서 뭐하냐? 오늘 같은 날도 여기에 바이올린 연습하러 온 거야? 나 참~ 진짜 할 일 없나 보구만~." "너… 무슨 참견이야. 그러는 너야 말로 이런 날에 왜 여기 있는 거야?"
머리 뒤로 깍지를 낀
채로 건들거리며 소년이 말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그의 옷은 전보다 더 두꺼워졌지만, 그의 목 언저리에 걸쳐져 있는 헤드폰은 오늘도 그대로였다. 소년은
위아래로 카호코를 훑어보더니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뭐~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을 뿐이라고. 어디서 엉망진창인 캐롤송이 들리기에
그 소리를 따라왔을 뿐이야. 그보다 그런 캐롤송을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 하다니, 너 생각보다 얼굴이 두껍구나~." 카호코는 앞에 있는
소년의 얄미움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이 녀석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더 화가 났다. "으으…너, 이제 가던 길 그만 가!" "나 참. '너'가 뭐냐, '너'가. 에토 키리야 님이시라구." 어떻게 자기 이름에 '님'자를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붙일 수 있는 것인지 카호코는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말이 도통 통하지 않는 이 또래 남자애를 상대하자면 끝도 없거니와 기운도 쭉쭉 빠지기에
카호코는 그를 그냥 무시하고 바이올린 연습을 계속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뒤에서 네모난
케이스를 꺼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내가 우연히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는 지금 합주를 해야지 않겠어??
이런 기회 흔치 않다고! 분명 재미있을 거야. 어이, 너~ 뭐 하는 거야~ 어서
바이올린 들어~!" 에토의 윽박에 카호코는
얼결에 바이올린을 들었다. 카호코가 캐롤송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다른 바이올린 소리가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에 섞여 들어왔다. 두 개의 바이올린 만들어내는 멜로디가 너무나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그런 느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진 것인지, 갈 길을 가던 커플이나
가족들이 멈춰 서서 두 사람이 들려주는 캐롤송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기분 좋게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캐롤송에 카호코는 주는 것 없이 밉기만 하던 건방진 소년이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다.
함께 합주를 하다가
쉬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투닥거리다가, 또 다시 합주하기를 되풀이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겨울의 밤은 빨리 찾아왔다. 하루 종일 즐겁게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하며 카호코가 바이올린을 정리하고 있자, 금새 바이올린 정리를 마친 에토가 괜히
또 시비를 건다.
"너 이제 또 할 일
없지? 고등학생이 남자친구도 안 만들고 여태 뭐 했냐~ 참. 다른 녀석들 앞에서 바이올린 연주하지 말라고. 다들 형편없는 바이올린
솜씨에 놀라서 도망가고 말테니까 말야~."
정리를 얼추 마친 카호코는
고개를 돌려 에토를 흘겨보았다. 어쩜 저 입은 저렇게도 미운 말만 골라하는 걸까.
"나… 약속 있거든? 가족들이랑 외식하기로 했어." "에?"
카호코의 대답이 그렇게
놀랄만한 것이었는지 에토는 크게 소리치며 동그랗게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카호코는 그런 에토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올린 케이스를 어깨에 매고는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어…어 야! 너 진짜로 집에 갈 거야?!" "말했잖아, 약속 있다고. 미안한데 난 이만 가볼게."
카호코는 에토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한 후 집 방향으로 걸어가며 집으로 전화했다. "아 엄마? 네, 카호코에요. 저
지금 가는 길-" "있잖아, 너 꼭 가야 해? 진짜 크리스마스는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근데 진짜 그냥 집에 갈 거야? 남은 크리스마스를 남자랑 재미있고
멋있게 보낼 수 있다고!" 카호코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은 어느새 에토의 손에 가 있었다. 집으로 그냥 가려는 카호코를 막을 생각에 급한 것인지 에토는
빼앗아든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로 강아지 같은 눈을 하고는 카호코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 핸드폰 이리 줘." 이 녀석이 또 무슨
심술을 부리려고 이러나, 싶었던 카호코는 에토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다가갔다. 그러자 에토는 핸드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계속
옥신각신하며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에토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올려 자신의
귀로 가져다댔다. "안녕하세요. 오늘 카호코 가족 외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남은 크리스마스
동안 잠시 빌리겠습… 어이 방해하지 말라고!… 아, 빌렸다가 잘 데려다 주겠습니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가족들이 오해하잖아! 그리고 어째서 멋대로 결정해버리는 거야?!" 볼 일이 끝났다는 듯
핸드폰을 카호코의 손에 쥐여 준 에토는 기지개를 쫙 펴더니 카호코를 놔두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뒤 돌아 보면서 말했다.
"오늘 크리스마스잖아. 나 아침부터 공원을 헤매고 다녔다고. 그 다음에는 계속 바이올린
합주 했고. 마지막으론 당연히 같이 밥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여자가 매너도 없이…" "에…에?" "뭐 해? 얼른 이리 오라고. 우리 뭐 먹을까? 에- 오늘은 나도 뭐 쬐~끔
즐거웠으니까 내가 밥이랑 사줄게. 우리 파스타 먹으러 갈까?"
카호코는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멍하니 가만히 서서 앞서 가는 에토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에토는 카호코가 따라오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는지 성큼성큼 되돌아 와서는, 주머니 속에 넣고 있던 카호코의 손을 낚아채 잡았다.
"얼른 가자고. 나 배고프다.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갈래? 거기는 후식도 맛있어!"
어느새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공원을 바이올린을 각자 맨 소년과 소녀는 손을 잡고서 빠져나갔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에토
혼자서 쫑알거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카호코도 공원과 거리에 장식된 일루미네이션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 없는 커플을 위해서인지 크리스마스 당일 날에는 오지 않는다던
눈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함박눈으로 변해 거리 위에 내리기 시작했다.
"와, 눈이다!! 에토 군, 눈
와! 아참. 에토 군. 에토
군은 어느 학교 다녀? 여태껏 궁금했는데 까먹고 안 물어 봤네…." "어? 어느 학교 다니느냐고? 그…글쎄…. 하하하 나 어느 학교 다닐까나… 앗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나도 내년이면 세이소우 학원 들어갈 거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다른 녀석들한테 바이올린 연주하는 거 보여주지도 말고 들려주지도 말라는 내 말 기억하지? 명심하라고." "에…?에…!!!! 에토 군 중학생이었어??!!!!" "아 음~ 레스토랑 예약시간 늦겠다~ 카호코 얼른 뛰어!"
'금색의 코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金日] 시작의 카네이션 (0) | 2016.11.05 |
---|---|
[月日] 櫻川 (벚꽃 강) (0) | 2016.11.05 |
[水日] 네가 없는 생일 (0) | 2016.11.05 |
[吉日] 키스해주세요 (0) | 2016.11.05 |
[土日] Valentine's Day Chocolate (0) | 2016.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