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의 코르다, 카나자와 히로토 × 히노 카호코.
2010.05.20 작성.
일본에는 스승의 날이 없고 당연히 그 날에 카네이션을 주는 풍습(?)도 없다는 것 같지만 원래 연성은 현지화 할수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나.
30대 초반의 카나자와 히로토는 세이소우 학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싱글남이다. 그런 그가 오늘은 그럭저럭 분위기 있으면서도 그리 비싸지 않은 파스타 가게에 앉아있으니, 그의 부모님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면 틀림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릴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부터 여자에 관심이 없던 카나자와가 그 분위기 있는 가게에 웬 여자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의 카네이션
W. 소담(@kimiga_iru)
카나자와는 자신 앞에 놓여있는 까르보나라를 포크로 뒤적였다. 평소에 까르보나라를 좋아하긴 하지만 앞에 있는 상대를 살피느라 제대로 먹는 것에 집중할 수 없었다.
"왜 안 드세요? 저 한 입 먹어봐도 되요?"
"그러던가-."
카나자와는 자신의 여제자가 팔을 쭉 뻗어 자신의 접시에 놓여있는 하얀 파스타를 포크에 둘둘 말아가는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았다. 둘둘 말린 까르보나라는 그녀의 입 속으로 직행했고,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으음~'하면서 행복하게 웃었다. 파스타 한 접시에 저렇게 행복하게 웃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카나자와는 자신의 까르보나라를 먹으며 제자의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빠네 파스타라고 해서 빵 속에 들어가 있는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영락없이 어린애다.
"그렇게 계속 쳐다보시면 먹는데 눈치 보여요~."
"어이어이 틀렸다고, 히노. 이미 너는 나한테 눈치 보였어야 한다고. 대체 왜 스승의 날인데 내가 밥을 사는 거냐?"
카나자와는 자신의 빈정거리는 말에도 장난스럽게 웃는 히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이 녀석 역시 철면피인지도-'라고 생각했다. 낮에 카나자와가 교무실에 앉아있는데, 히노가 찾아와서는 선물이라며 편지와 작은 카네이션을 건네줬다. 그것을 준 후로도 나가지 않고 뒤쪽에 서서 쭈뼛쭈뼛 거리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두 손을 꼼지락 거리며 활짝 웃더니 '맛있는 거 사주세요!' 라고 했다. 어째 수지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며 카나자와는 피식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온 후, 카나자와가 히노에게 이제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려 했을 때 그녀가 카나자와의 팔을 잡아끌었다.
"선생님! 우리 디저트 먹으러 가요!"
카나자와는 히노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며 파스타 가게에서 멀지 않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들어갔다.
"내가 아무래도 너무 귀한 편지랑 꽃을 받은 모양이구만."
"귀한 거 받으신 거 맞아요~. 그리고 디저트는 제가 쏘는 거니까 그렇게 도끼눈 뜨고 쳐다보지 마세요!"
히노는 동그란 눈으로 카나자와를 살짝 흘기더니 그의 팔을 끌어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이 진열 되어있는 곳 앞으로 갔다. 카나자와에게 무슨 맛을 먹을 거냐며 계속 물으며 자신은 무엇을 먹을지 골똘히 고민하는 히노의 모습을 보고 카나자와는 가만히 웃었다. 정말 어린애가 따로 없다.
"제가 고른 레몬 맛은 뭔가 레모나 맛이에요. 그래도 맛있긴 하지만. 선생님 것도 먹어봐도 되요?"
"네가 그렇게 팔을 쭉 뻗은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안 된다고 하냐. 뭐, 많이 먹어도 상관은 없다만."
카나자와는 자신이 골랐던 요거트 맛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으면서도 레몬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가 정말 맛있다더라, 자기가 디저트를 산 것이 그렇게 놀랍냐는 둥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남자한테 식사를 얻어먹었으면 원래 디저트는 여자가 사는 거라구요."
카나자와는 히노의 말에 그는 입에 넣었던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사례 걸릴 뻔 했지만, 그럼에도 미친 듯이 웃었다. 처음에는 그냥 멀뚱히 카나자와가 웃는 모습을 바라보던 히노도, 그가 계속해서 웃자 기분 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하…하하하…. 네가 무슨 여자냐, 임마. 꼬맹이 주제에-"
카나자와는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멈추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고개를 들어 히노를 쳐다보려던 카나자와는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들었을 때 히노의 얼굴이 굉장히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너…뭐하는 거냐…!"
"고2인 여학생한테 꼬맹이라니, 그거 엄청 실례인 거 아세요?! 어엿한 여자라구요, 물론 아직 결혼은 못하지만."
카나자와는 허탈하게 웃으며 몸을 살짝 뒤로 뺐다. 그러나 그러자 오히려 히노 쪽에서 몸을 좀 더 앞으로 뻗어왔다. 카나자와는 왜 하필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아까의 파스타 가게처럼 테이블이 크지 않은 것인지 욕을 했다.
"나도 여자라니까요 선생님?"
"아 알겠으니깐 이만 자리에 좀 앉아라 히노~!"
"여자도 아닌 꼬맹이라더니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선생님. 제가 조금만 더 몸을 뻗으면 선생님한테 키스할 수 있다는 거 아세요?"
"이 녀석 못 하는 소리가 없구만…."
당황한 카나자와는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살짝 돌렸다. 가까이 있는 히노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카나자와는 아마도 그것이 그녀가 쓰는 샴푸이거나 향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그 향이 너무 포근하고 달콤해서 카나자와는 더욱 더 당황스러웠다.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자기가 선생으로 있는 학교의 학생과의 이런 모습을 혹시나 아는 사람이 보기라도 하면 어쩐다- 하는 걱정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까이 다가와 있는 히노의 모습이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자기는 이제 성인이라며 말하고는 있지만 히노의 보들보들해 보이는 두 뺨에는 아직도 솜털이 나 있었다. 카나자와는 히노가 이렇게 자기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음에도 그녀가 밉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너…장난 그만 안 두면…"
"안 두면-?"
"진짜로 뽀뽀해버리는 수가 있어-. 네 말대로 우리 지금 얼굴 엄청 가까운 거 알지?"
물론 진담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그럼에도 그런 말을 한 이유는 히노를 당황시키기 위해서였다. 비록 자기를 꼬맹이라고 한 것에 발끈해서 그렇게 대담한 말을 하긴 했어도, 진짜로 뽀뽀나 키스를 해버린다고 하면 아차 하고 당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카나자와의 말을 들은 히노는 마치 그 말을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잠시간 멍하니 있더니, 순식간에 얼굴 전체가 불타고 있는 것처럼 빨개졌다. 물론 살짝 몸을 뒤로 빼긴 했지만, 그럼에도 히노는 여전히 카나자와 쪽으로 몸을 뻗고 있었다. 카나자와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히노에게 헤드록을 걸고서는 장난스럽게 자기의 턱에 비볐다.
"으윽 뭐 하는 거에요, 따갑잖아요 선생님!!"
여전히 홍당무가 된 얼굴로 히노가 소리쳤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카나자와는 웃으면서 그녀의 목을 풀어줬다. 카나자와의 손에서 자유로워지자 히노는 냉큼 몸을 뒤로 빼더니 머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리주둥이를 한 채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정리하던 히노는 카나자와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서 말을 했다. 간신히 고요해진 카나자와의 마음에 퐁당하고 돌을 던지듯이.
"그 턱수염 좀 어떻게 해봐요- 따가워서 뽀뽀 같은 거 못 한다구요."
첫사랑의 여자에게 상처를 입은 후로 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던 30대 초반의 카나자와 히로토는 오랜만에 요동치는 자신의 가슴을 신기해하며 생각했다. 늦었으니 그녀를 바래다 준 후에 집에 가서 그녀에게 받은 카네이션을 침대 옆의 테이블에 꽂아두고 물을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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