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의 코르다, 후유우미 쇼코 생일 기념 글.
2010.11.03 작성.
지금 봐도 참 정직한 제목이다. 근데 내용도 몹시 정직하다.
후유우미에게 올 한해는 따분하기 그지없는 한 해였다. 따지고 보면 그 동안 그녀가 보냈던 매년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그녀가 올해를 따분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아마도 그녀가 작년과 재작년에 보냈던 한 해가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생일
W. 소담(@kimiga_iru)
작년과 재작년은 후유우미에게 있어서 정말로 꿈같은 시간들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녀는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는 일과 먼저 말을 거는 일에 서툴렀다.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주고 옆을 지켜준 사람들은 처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후유우미는 세이소우 학원에 들어온 것과 운 좋게 콩쿠르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을 굉장한 행운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즐거운 시간들도 결국에는 끝이 나버렸다. 재작년 고1때 콩쿠르 멤버들과 알게 되어 인연을 이어온 이후로 2년의 시간이 지나, 후유우미는 어느새 고3이 되었다.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던 고2였던 히노, 아모우, 츠치우라, 츠키모리 그리고 고3이었던 히하라, 유노키는 이제 더 이상 이 학교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학년인 탓에 여전히 함께 어울려 다니는 편인 시미즈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후유우미는 조금 쓸쓸했다.
고3이 된지도 꽤 되어, 내일이면 11월 3일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올해도 어김없이 후유우미의 생일이 돌아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히노와 아모우, 츠치우라와 츠키모리가 함께 모여 생일을 축하해줬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마저도 불가능할 것이다. 대학에 들어간 후로도 여러모로 바쁜지 히노나 아모우와는 도통 연락이 되질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고, 그 다음에는 조금 서운했지만, 이제는 거의 체념한 상태이다. 대학생이 되어 여러 수업을 듣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외의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하려면 분명 바쁠테니까- 라고 생각하며. 또, 친구이긴 하지만 시미즈가 생일을 챙겨줄 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시미즈는 워낙에 멍한 아이인지라 자기 생일도 까먹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후유우미의 생일인 하루는 시간이 아주 참 잘 갔다. 그녀도 이제는 입시생이기 때문에 학교의 수업들을 더욱 집중해서 듣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같은 반인 시미즈와 음악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 때문에 재작년과 작년처럼 떠들썩하지 않은 생일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어느새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하교시간. 점심시간에 미리 예약해두었던 연습실로 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려 후유우미는 뒤를 돌아보았다. 후유우미 자신도 그리 행동이 빠릿빠릿한 편은 못 되지만, 자신을 쫓아오고 있던 시미즈가 거북이처럼 느린 것에 비하면 자신은 토끼 정도의 빠르기는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웃음이 나왔다.
“너 어디가?”
“점심시간에 연습실 예약해뒀거든.”
“아, 그래? 나 악기점 갈 건데 안 갈래? 첼로 줄 살게 있어서. 구경도 좀 하고.”
악기점을 구경하는 것은 후유우미에게 있어서 즐거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고민이 되어 결정을 못 하고 있으니 시미즈가 후유우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얼른.”
하루쯤은 입시공부를 잊고 시간을 보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후유우미는 시미즈를 따라갔다. 시미즈가 향한 곳은 그 두 사람이 자주 이용하는 악기점 쪽이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 가게는 히노가 두 사람에게 소개해줬던 곳으로 츠치우라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저씨가 하는 가게라고 했다. 종종 가는 곳이기 때문에 후유우미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발을 옮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앞에 시미즈의 다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미즈?”
친구를 부르며 뒤돌아보니 시미즈는 다른 가게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오늘 갈 곳은 여기야.”
다른 악기점이라도 생긴 것인가 하고 고개를 들어 간판을 확인해보았지만, 그곳은 악기점이 아니라 음식점이었다.
“응? 여긴 악기점이 아닌데…”
“응. 어쨌든 오늘은 여기.”
또 후유우미가 머뭇거리며 서있자 시미즈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서 그녀를 그 가게 쪽으로 잡아끌었다. 원래부터 속을 잘 알 수 없는 친구지만 오늘은 더 그렇다고 생각하며 후유우미가 가게의 문을 연 순간 무언가 터지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후유우미, 생일 축하해!”
그 큰 소리는 폭죽 소리였다. 가게의 입구의 근처에 있는 자리에 후유우미가 그리워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지? 그 동안 바빠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 또 후유우미가 입시생이라서 방해될까봐 좀 걱정도 됐고.”
미안한 듯 눈썹을 찌푸리고 웃는 히노도,
“못 본 새에 더 예뻐졌는걸?!”
졸업하던 때에 들었던 목소리 그대로 여전히 쾌활한 목소리의 아모우도,
“후유우미 짱이 벌써 3학년이라니~ 뭔가 안 믿겨!”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은 히하라도,
“전 선배가 몇 년 후면 학생을 가르칠 거라는 게 더 안 믿겨요...”
여전히 큰 키에 조금 후유우미가 무섭다고 느끼는 츠치우라도,
“그건 아무리 히하라에게라도 말이 심해, 츠치우라 군~”
여전히 자상하고 매너 있는 유노키도,
“음악 공부는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
졸업 후에도 그 놀라운 연주 실력으로 소문이 자자한 츠키모리도,
“오늘, 생일이니까...”
그리고 여전히 말이 느리고, 넋을 놓고 있다가 금방 잠이 들어버리곤 하는 시미즈도.
후유우미의 옆에 있다. 쓸쓸한 생일이 될 거라고 그 전날 밤에 생각했었지만, 금년의 생일은 재작년의 생일과 작년의 생일보다도 더욱 즐겁고 기쁜 생일이 되었다. 모두와의 끝나지 않은 인연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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