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BGM은 Jeff Bernat - Be the one. 왜냐하면 이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본 후에 작성했기 때문에! 사실 키라 아키히코는 금코의 최애캐이다.
첫만남을
돌이켜보면 서로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되도록 악기와는 털 끝만큼의 인연도 없었다던 그녀가
아르젠트와의 만남으로 뜬금없이 음악을 시작하게 되어 학교의 콩쿠르를 넘어 학교의 대표가 되었을 때, 그녀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진즉에 음악의 길을 버렸다고 해도 음악이란 것이 만만하지 않고 그만큼 어렵고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파타의 도움으로 악기연주를 시작하게 되어 뭐 얼마나 잘 해나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학교의 개혁을 생각하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그녀는 조금 못미더운 눈엣가시 같았다. 아마 그녀 역시 그랬으리라.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음악이지만 그녀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학교를 망치려는 내가 탐탁친 않았으리라.
당신의 옆 자리
W. 소담(@kimiga_iru)
"키라 씨."
자신을
부르는 예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조명 탓인지 발그랗게 두 뺨을 물들이고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녀가
자신을 돌아보며 다가왔다. 그녀의 모습에 조금 놀랐지만 평소처럼 무표정을 유지하며 그녀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어때요?"
그녀는 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만지작 거리며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듯 몸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조금씩 몸을 돌렸다. 태연하게 그녀를 대하려 했지만, 뻔히 그의 칭찬을 갈구하는 그녀의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 키라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히노 군, 자네도 어느새 교복보다 그런 옷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군."
그러자 조금은 불안해보이던 그녀가 활짝 웃으며 정말이냐며 빙그르르 돌아보였다. 그녀가 돌자 그녀를 감싸고 있던 드레스 자락이 함께 물결치듯 그녀의 주위를 돌았다. 키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잘 어울려요? 저, 예뻐요? 후후, 뭔가 신기해요. 정말 이런 옷이 저에게 어울리는 날이 오다니."
히노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자신의 핸드백을 뒤지더니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며 자신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모든 옷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니 자기의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했다.
"그래."
오늘의 그녀가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평소에도 늘, 그리고 처음 만나던 그 순간에도 그녀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예쁜 소녀였다는 말을 목구멍 속에 남겨둔 채 그는 그의 핸드폰으로 그녀의 모습을 찍었다.
여러가지 드레스를 시착하고 난 히노는 원래 입고 온 원피스로 갈아입고서는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핸드폰 버튼을 눌러 자신의 사진을 보려고 했다.
"어? 키라 씨, 사진은요? 아까 찍고 계셨잖아요. 하나도 없는데?"
키라는 풋 하고 웃으며 그녀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그의 핸드폰 사진폴더에는 여러 가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예쁜 보조개를 한껏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으며 그의 핸드폰을 가져갔다.
"헤헤, 잘 나왔다. 그런데 왜 키라 씨 핸드폰으로 찍은 거에요? 제가 제 폰 드렸는데."
"그 사진들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나이기 때문에 그렇네."
그녀는 연신 함박미소를 지으며 그의 폰 속 자신의 사진은 계속 넘겨보았다. 그러다 사진을 모두 보았는지 그녀를 여전히 핸드폰을 두 손에 든 채로 키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전
진짜 있죠.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저는 진짜 저 혼자 짝사랑 하는 걸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정말
평범한데 키라 씨는 나보다 어른이고 멋있고 그러니까... 키라 씨는 나를 여자로 안 봐줄 거라고 생각했ㅇ요."
그러게
말이다. 과연 누가 알았을까, 음악을 사랑하지 않게 되고 세상에 냉소적이게 되었던 그가 히노 카호코라는 태양같이 밝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리란 걸. 그저 자상하게 잘 표현을 하지 못할 뿐, 그녀가 그에게 세상의 단 하나의 소중한 사람될 것이라는 것을 그도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키라는 그녀의 손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가져와 주머니에 넣은 후, 텅 비어버린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키라의 돌발스러운 행동에 히노는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을 붉혔다.
"ㅇ...갑자기 왜 그래요, 키라 씨. 남들 보면 어떡해요~"
그러자
키라는 그녀의 동그랗게 쥐어진 손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 쪽에 입술을 가져가 누르듯 깊게 입맞췄다. 히노는 그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하며 손을 빼려고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그런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키라는 몇 초간 더 그녀의 손에
키스했다.
"으아아 진짜 오늘 갑자기 왜 그래요, 키라 씨~ 진짜 누가 볼까봐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알아요~?!"
"히노
군. 나 역시 내가 자네를......우리가 이런 관계가 될 줄은 몰랐다네. 그저 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의 보통과의 바이올린을
타의로 켜게 되어버린 여학생. 나처럼 불쌍하게도 파타를 보는 여학생. 나도 정말 이토록 나이 차이 나는 자네를 곁에 두게 될
줄이야."
키라는 자기자신도 그 사실이 웃긴지 쿡쿡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코와 입 쪽을 살짝 누르며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마주하고 있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뜬금없는 고백에 그녀는 한껏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네는 음악이 사라진 나의 일상에 다시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도록 해주었지. 내 매일 매일에. 솔직해지자면 자네가 고등학생이어서
곤란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네. 나는....자네를 안고 싶었으니까. 자네가 대학 진학 후에 나에게 은근슬쩍 '키라 씨'라고
불렀을 때 자네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내가 얼마만큼 자네를 안고 싶었는지. 6년. 기다릴만큼 기다려 이제 드디어."
키라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 그녀의 바로 옆으로 자리를 이동해 앉았다. 처음 만나서 서로를 알고 지낸지 약 6년 동안 전에 본 적
없을만큼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칼에 가볍게 입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