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소재, 조금 잔인한 묘사가 있습니다. 학살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 레이는 글에서 게임에서처럼 할아버지의 말투를 사용하거나 오레이 말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사용하는 것이 나오지 않습니다).
- 일본의 마녀집회 해시태그의 유행을 보고 작성하게 된 글입니다.
- 따라서 안즈는 20대 아가씨의 모습을 한 나이가 굉장히 많은 마녀이며 레이는 나이 어린 소년~ 20대 중반의 청년입니다.
- 탈고를 하지 않아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녀가 꿈꾸던 낙원
W. 소담(@kimiga_iru)
"어째서... 어째서 네가..."
산 너머의 옆 동네 마을 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망설이다가 결국 자신의 힘을 써 옆동네의 마을로 향했던 안즈는 자신이 본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 지난 2년 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바로 그 아이가 눈앞에 있었다, 경멸 받고 미움 받고 그녀 자신이 그들의 공포의 대상이었음에도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채.
"오랜만이네, 안즈."
"......레이."
널브러진 시체들을 쌓아 만든 더미 위에 앉아 불 타는 마을을 지켜보던 레이가 그녀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돌아봤다. 아름다운 얼굴, 아무리 2살 더 먹었다곤 해도 믿기지 않은 색기어린 미소. 모두가 그녀가 그리워하던 그였지만 그가 아니었다.
**
"안녕."
"........."
"난 안즈라고 해. 넌?"
"........."
"어라... 말을 못하니? 아니면 혹시 이름이 없니?"
"........."
"왜?"
"...마녀......"
꼬질꼬질하게 흙투성이의 아이가 처음 입을 열어 말한 말에 안즈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응, 맞아. 난 안즈라고 해."
안즈는 자신을 공포와 적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는 아이에게 따뜻하게 웃어보였다.
"혼자니? 혼자면 나랑 같이 살래? 잡아먹지 않을게."
**
"안즈! 안즈!"
"......어?"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널찍한 땅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고 손을 이쪽저쪽으로 손을 움직이던 안즈가 그제야 레이가 부르는 것을 눈치챈듯 고개를 돌렸다.
"또 숲의 꽃밭을 가꾸고 있던 거야? 점심도 안 먹고 뭐하는 거야."
"응, 그치만 하다 보니까."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레이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그녀의 손 움직임으로 인해 방금 전에 꽃씨가 뿌려진 땅이 파일 것 같은 한숨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안즈의 이런 노력을 알아주지도 않는데 뭐하러 이런데 마력을 낭비하는 거야? 사람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찡그리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굳힌 채 불만을 투덜거리는 그의 말에 그녀는 소리내어 웃었다.
"후후. 하지만 난 그냥 사람이 아닌 걸."
"그 말이 아니잖아, 안즈."
"난 말야, 레이. 마을 사람들에게 낙원을 선물하고 싶어. 모두가 반짝반짝 웃으며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낙원 말야."
"바보 같아. 그 사람들이 알아줄 것 같아?"
"알아주지 않으면 어때. 내 마법으로나마 사람들이 웃게 되고, 행복해진다면 난 그걸로 족해. 아주 오래 전 선조 마녀들이 저지른 잘못을 조금씩이나마 갚아나가고 싶어. 그러다 보면...... 언젠간 사람들도 내 진심을 알아주고 나에게도 웃어주지 않을까?"
"......바보같아."
안즈를 처음 봤을 때 레이는 그녀가 무서웠고 그녀가 싫었다. 갓난아기 때부터 마녀는 사악하고 무섭고 잔인한 존재들이라고 얘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최근에 있었던 부모님의 죽음도 그가 원래 살던 마을의 일부 사람들은 마녀의 소행이라고 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수상한 옷을 입고 있는 그녀가 마녀란 걸 알았을 때 레이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공포와 증오를 느꼈다. 그런 공포와 증오에도 그녀와 함께 살기 위해 따라나선 것은 언젠가 덩치가 어른이 되면 그녀를 죽이고 싶어서였다. 분명 그것을 그녀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지내며 알게 된 그녀는 마녀가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착하고 순수했다. 부정적인 감정들만을 꽁꽁 안고 있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금세 녹일 정도로.
**
"레이... 대체 왜..."
"사람들은 말이지, 안즈. 늘 입버릇처럼 얘기해. 마녀는 사악하다고. 마녀는 인간의 적이라고. 마녀를 조심하고 마녀를 죽여야 한다고 말야."
안즈는 이 처참한 상황에서 농염하다 못해 유혹적으로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고 있는 레이를 보며 살짝 몸을 떨었다. 그녀가 알던 소년, 청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안즈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잇던 레이는 발에 힘을 꾹 줘 자신이 딛고 있던 죽은 인간의 목을 짓눌러 부쉈다.
"......레이..."
"하지만... 나쁜 건 인간이었어, 안즈. 나쁜 건 언제나 우리 인간들이었어."
레이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미소가 한 순간에 걷혔다. 서늘하고 냉담해 보이기까지 한, 함께 산 15년 동안 본 적 없는 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옛날에 우리 부모님을 죽인 게 마녀라고 생각했어.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했거든. 우리 부모님은 마녀에게 끔찍하게 살해된 거라고... 그러니까 마녀를 미워해야 한다고. 안즈. 난 정말 그런 줄 알고 10년을 넘게 살았어. 너를 가족...처럼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마녀에 대한 증오를 완전히 지울 수가 없었어. 근데... 근데 사실 우리 부모님은 마녀가 아니라 마을 주민 몇에게 살해당한 거래."
"그걸 네가 어떻게... 어떻게 안 거야?"
"......역시, 안즈는 알고 있었구나. 근데 왜 마녀들의 짓이 아니라고 하지 않은 거야?"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같은 사람에게 분노를 갖는 것보단 차라리...... 우리 마녀들에게 그런 감정을 갖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
"틀렸어, 안즈. 난 널 완전히 받아들이기 전에 많이 힘들었어. 내가 알게 되고 함께 살게 된 마녀인 넌 전혀 사악하지 않았으니까. 너와 함께 살며 내가 사악함을 느낀 대상은 언제나 인간들이었어."
말을 멈춘 레이는 자신이 목을 밟아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인간의 머리통을 아무런 감정 없어 보이는 얼굴로 툭 쳐서 한쪽으로 굴려보냈다. 머리통을 따라 이동하던 안즈의 시선은 머리통이 움직임을 멈추고 나서야 다시 레이에게도 돌아갔다.
"안즈. 넌 모두가 반짝반짝 웃으며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했었지. 미움 받아도 된다고 말야. 근데 안즈. 애초에 잘못은 인간에게 있었어. 역사상 유명한 그 마녀들이 인간들을 죽였던 사건. 그 사건은 인간들의 마녀들의 힘을 이용해 도움을 받곤 마녀들을 사악한 무리로 몰아 학살했기 때문이었어. 선조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했던 건 애초에 마녀인 네가 아니라 나같은 인간들이었던 거야."
몰랐던 사실이었고 놀라운 얘기들이었지만 현재 눈앞에 벌어진 마을의 처참한 광경 때문인지 안즈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의 말에 '그렇구나' 정도의 감상을 속으로 생각하며 안즈는 그를 다시 바라봤다.
"......안즈. 안즈... 인간에 의해 부모를 잃고 속아 넘어가 마녀를 증오하던 나를 거둬 키워준, 인간을 사랑하는 바보 같은 마녀. 나의 엄마였고, 나의 누이였고, 나의 친구였고, 내가 사랑하던..., 인간들에게 낙원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마녀..."
약간 애수에 찬 것처럼 촉촉해 보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하며 레이는 시체더미에서 몸을 일으켜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자신이 아무런 말없이 떠나던 때보다 푸석해 보이고 길이도 좀 더 길어 보이는 그녀의 머리카락 끝부분을 레이는 하프를 연주하듯 부드러운 손길로 쓸어내렸다.
"넌 그럼에도 사람들을 원망하고 미워하지 않을 거란 거 알아, 안즈. 넌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서 난 화가 나. 분명 마을 사람들도 네가 이런 마녀라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그들은 너와 내 터전을......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레이... 더 이상은 안돼..."
"넌 언젠간 마을 사람들이 네 마음을 알아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아니. 아닐 거야, 안즈. 인간은 지독하게 사악하고 이기적이거든. 그러니까 그때도 네 힘이 필요할 땐 울며불며 도움을 간청하고선 상황이 나아지니 그렇게 우리의 집에 불을 질렀던 거야. 네가 바라는 건 인간들의 즐겁게 웃는 얼굴과 행복이겠지만 그들은 필요할 때마다 널 이용하고 필요가 없을 땐 돌팔매질을 할 거야. 난 그런 인간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
"그만둬, 레이. 그래도 이렇게 한 마을을 몰살하는 건... 마을을 건들지 마, 제발..."
"미안, 안즈. 그건 들어줄 수 없어. 내가 어떤 마음으로 다른 마녀와 계약해 힘을 얻었을 것 같아? ......아직 우리들의 마을이 남았어, 안즈. 그러니까 이제 난 가봐야 해."
안즈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마녀와 계약을 한 것인지 말을 끝마친 레이는 보라색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자신뿐인 주변을 안즈는 황망하게 둘러 보곤 서둘러 그를 쫓아 그들이 살던 마을의 민가로 향했다.
**
분명 레이와 그리 큰 시간 차이 없이 도착했음에도 마을은 이미 아비규환이었고, 사람들의 비명과 활활 타오르는 불길, 매캐한 연기가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방으로 도망가는 사람들 중 일부를 웃으며 붙잡아 잔인하게 죽이는 레이의 모습이 안즈의 눈에 들어왔다.
"레이!"
"마, 마녀님...! 마녀님 제발 저흴 살려주세요. 저 악마... 저 마왕을 제발 죽여주세요... 제발 저흴 살려주세요..."
레이를 부르며 그를 붙잡아 행동을 저지하려던 안즈는 예상치 못하게 덥석 자신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저기 어..."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
싸움은 치열했지만 승패가 나는 데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살았다며 환호하며 기뻐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섞이지 않고 안즈는 자신의 공격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레이에게 비척비척 다가갔다. 치열했던 만큼 그녀 역시 많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주저앉듯 털썩 그의 옆에 앉아 안즈는 그의 얼굴을 더듬어 만지며 울었다.
"왜... 왜 내가 널 죽이게 만드는 거니... 왜... 나에게도 넌 가족이었는데...."
"안..즈.... 이제... 인간,들...과... 함께... 살......수 있을, 거야...
**
인간들은 이기적이고 사악한 만큼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살아남은 마을의 사람들은 불타버린 집을 다시 고치거나 새로 지었다. 그들은 자기들을 구해준 고마운 마녀에게 마을로 내려와 함께 살자고 했다. 하지만 마녀는 괜찮다고 고개를 흔들곤 악마가 됐던 인간의 사체를 가지고 사라졌다. 그녀의 집으로 갔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지만, 그 날 이후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인간을 사랑해 인간들에게 반짝거리는 웃음이 가득한 낙원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그 마녀를 본 이가 없었다.
- 작중에서 레이는 마을 사람들을 학살 할 때 그들에게 오레이의 말투로 말을 했습니다.
- 마을 사람이 레이를 '악마'와 '마왕'이라고 표현한 것은 레이 그 자신이 그렇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
처음에 레이가 학살한 마을은 마을 주민이 모두 죽었으며 그 마을은 레이가 태어나고 8살 때까지 살았던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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